사우디, 아람코 상장 앞두고 원유생산 더 늘린다

입력 2016-05-11 19:08
산유국 동결 합의 깨지자 증산
점유율 지키면서 이란·미국 견제


[ 이상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상장을 앞두고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민 나세르 아람코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의 아람코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생산 수요는 언제나 존재한다”며 “올해 (사우디) 산유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도와 미국,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석유 소비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이나 미국 셰일업체와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나세르 CEO는 증산 규모에 대해 “전년 대비 약간 늘어난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람코는 세계 산유량의 8분의 1을 담당한다. 지난해 하루평균 1020만배럴을 생산했다. 올해 3월 산유량은 하루 1022만배럴로 러시아(1월 기준 1048만배럴)에 이어 세계 2위였다. 사우디는 작년 6월 하루 1056만배럴을 뽑아냈고, 지금도 1150만배럴 정도는 생산할 여력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세계 원유 수요 대비 초과공급 규모를 하루 153만배럴(1분기 기준)로 추정하는 가운데 사우디의 증산 소식은 유가에 악재 요인이다.

산유량 동결을 고려하던 사우디가 본격적인 증산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난달 중순부姑? 러시아 주도로 17개 산유국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산유량 동결을 선언해 유가가 더 빠지는 것을 막아보려고 했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전 석유장관(81)도 여기에 동참했고, 합의문 초안 작성까지 관여했지만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부왕세자(31)가 “이란이 참여하지 않으면 동결에 합의할 수 없다”며 전화로 중단을 지시해 판이 깨졌다.

이로부터 1주일 뒤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사우디의 석유 의존형 경제체질을 15년 안에 확 바꿔놓겠다는 ‘비전 2030’을 직접 발표했다. 그는 유가가 (현재보다 낮은) 배럴당 30달러라고 가정해 이 계획을 짰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일엔 22년간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정책을 지휘해온 알나이미 장관을 경질하고 그 자리에 아람코 CEO 및 이사회 의장을 맡아온 왕가의 충신 칼리드 알팔리(56)를 앉혔다. 나세르 CEO의 증산 발언은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CNBC는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에서 생산량이 줄고 있고 캐나다 셰일오일 지역에 발생한 대규모 산불 등으로 초과공급 상태가 일부 해소돼 사우디 증산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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