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 임도원 기자 ]
“문재인 테마주로 알려진 코스닥 상장사 대표를 만났는데 본인은 오히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인연이 있다고 하더군요.”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본지 3일자에 보도한 ‘대주주도 황당했던 총선 테마주’ 기사와 관련해 이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테마주는 대부분 황당한 내용으로 엮여 만들어진다”며 “조금만 냉철하게 분석하면 테마주에 투자해 손실을 볼 일이 없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기사에 소개된 보안장비 제조회사 하이트론씨스템즈도 비슷한 경우다. 하이트론은 지난해까진 이 회사 길대호 회장이 김 전 대표와 같은 고등학교,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김무성 테마주’로 분류됐다. 그러다 지난 1월에는 갑자기 ‘안철수 테마주’로 돌변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게 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한 교수는 하이트론 2대주주인 ‘슈퍼개미’ 한세희 씨의 부친이다. 한씨는 2011년 하이트론 주주가 된 뒤 줄곧 회사에 각종 경영 아이디어를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경영진과 불편한 관계였다. 한씨는 “테마주의 당사자가 되고 보니 테마주가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금융감독원은 ‘4·13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말 테마주에 대해 집중 감시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테마주는 지난달 총선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오는 25일 방한한다는 소식에 ‘반기문 테마주’들이 11일 일제히 상승했다. 반 총장 고향에 본사가 있다거나 반 총장 대학 후배가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등 사소한 연결고리로 반 총장과 엮은 사례들이다. 이들 기업 가운데는 수년간 적자를 내 존속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테마주 열풍에 피해를 보는 측은 결국 개인투자자들이다. 작전세력의 미끼를 함부로 물었다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대선 주자의 대학 동창도, 고향 선후배도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해주지는 않는다. 기업 가치를 테마주 효과보다 앞세우는 신중한 투자 자세가 필요한 때다.
임도원 증권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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