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결혼의 시장화, 슬프지만 현실이다

입력 2016-05-11 11:36
수정 2016-05-11 13:06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정형석 기자 ] 인간은 ‘군집동물’이다. 혼자는 불안하고, 함께하면 안도한다. 외톨이가 되는 건 본능적으로 두렵다. 그런 본능의 결실이 결혼이다. 장 자크 아노의 영화 ‘불을 찾아서’의 엔딩 장면이 떠오른다. 달빛이 비추는 따듯한 불 옆에서 남자는 임신한 여인을 안고 있다. 그렇게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인간의 본능을 보여주면서, 문명이 무엇인지 얘기한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또 아이가 자라 결혼을 하고, 또 아이를 낳는다. 이러한 반복이 바로 인간의 문명이다. 문명은 시장에 기반한다. 결혼도 시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북하다. 신성한 결혼과 탐욕의 시장을 결부하다니! 하지만 가슴이 아닌 머리로 반문한다. 어떤 이는 결혼을, 또 어떤 이는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1992년 노벨상 수상자 게리 베커의 답변은 씁쓸하나 현실이다. 결혼은 규범이 아닌 경제적 선택임을 간파했다.

독신자의 증가는 운명적 사랑이 갑자기 희소해진 게 아니다. 독신으로 있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을 가능케 해 줄 이성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혼인률은 1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杉? 물론 각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는 늘어났고, 결혼의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하지만 결혼 연령의 지연과 자녀수의 감소는 사회문화적 변화보다 경제적 압박에 기인한 바가 크다.

사랑이 아닌 비용(Cost)으로 파악하는 ‘결혼의 시장화’는 이미 다 인지해 왔다. 이제 감추지 않고, 드러내 놓을 뿐이다. 직업소개서나 결혼정보회사의 사업 구조는 놀랄 만큼 유사하다. 결혼이 비싸지면서, 결혼을 선택하는 이는 더 감소할 것이다. 부동산과 자녀 교육 비용이 이미 임금 소득의 한도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결혼은 분명 사랑에 기반한 관계이지만, 그 본질은 가족 기업의 경영과 유사하다. 비용이 과다해진 상황에서 가족 경영을 지속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결혼은 과다한 비용을 요구하고, 부는 편중되어 있다. 여기에 여성의 경제력이 높아지자 남성의 지위가 예전 같지 않다. 일부 남성의 ‘여성 협오’ 표출은 확산일로이다. 여성이 동반자가 아닌 생존 경쟁의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적대적 감정이 공공연히 노출되는 것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출산율 상승을 원한다. 장기 성장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출산 장려 정책도 다각적으로 제시되어 왔다. 그럼에도 왜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세 자녀 가정에 주는 혜택만으로는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그렇다고 육아와 교육은 물론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복지를 국가가 제공할 수는 없다. 국가 개입이 만능은 아니다.

답은 너무나 뻔하다. 먼저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그래야 비싼 결혼이 싸 보이게 되고, 결혼이 늘고, 출산율도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꽃의 계절, 가정의 달 5월에 시장논리로 결혼과 가족을 이야기하는 것은 슬프지만 현실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strategy@ebests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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