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브렉시트의 영국 경제 손익계산서

입력 2016-05-10 00:13
수정 2016-05-11 17:32
이스마일 에르튀르크 <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영국을 방문했을 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적으로 영국에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요즘처럼 세계화된 경제 체제 안에서 ‘경제적 주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진영은 경제적 주권보다 정치적 주권을 추구하려는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경제 문제와 정치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달 23일 브렉시트 투표에 앞서 이 문제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유럽연합(EU) 탈퇴 진영이 승리한다면 영국은 황야 같은 거친 환경 속에서 (브렉시트 진영이 바라는 대로) ‘주권국가’로 존재할 수는 있을 것이다. 상당기간 암흑의 터널 속에서 헤매면서 말이다.

최근 브렉시트를 둘러싼 경제적 득실 계산법을 지켜보면 잘못된 추론에 기반한 주장이 적지 않다.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는 영국의 경제·사회 문제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EU와 직접 관련이 없다. EU 탈퇴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주택·연금 시스템은 英 국내 문제

예컨대 영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는 젊은 세대에게 감당할 만한 가격의 주택을 제공할 수 있느냐, 노령층에게 알맞은 수준의 연금을 줄 수 있느냐 등이다. 이는 영국의 문제고, EU 회원국 여부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다. 게다가 EU 탈퇴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택지를 줄일 것이다. 영국이 EU의 금융·노동시장에서 단절되면 주택 마련에 필요한 비용이 올라가고 연금기금의 운용수익률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일자리가 늘지 않고 공공재정이 나빠지는 문제도 EU와 직접 관계가 없는 문제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상당한 경상수지 적자 국가다. 이를 해소하려면 해외에서 자본이 유입돼야 한다. 이런 영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EU 바깥에 남게 됐을 때 얻을 새 경제적 기회로 해결이 될까.

글로벌 금융위기 후 남미·동아시아·아프리카 등 신흥국 경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2014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중단과 중국 경제성장 둔화를 기점으로 멈췄다. 따라서 브렉시트 후 영국이 중국 등 신흥국 경제와 무역을 통해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EU에 남아있는 게 유리

브렉시트 후 영국이 EU와 교역을 하려는 미국·일본·중국 기업에 매력적인 중간기지가 될 것 같지도 않다. 우리는 지금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처럼 주요 경제국 간 무역협정이 당연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EU 밖에 선 영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경제적·지정학적 권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영국 경제의 치명적 약점은 비정상적인 주택시장, 망가지고 있는 연금 시스템, 높은 수준의 경상수지 적자, 낮은 생산성, 줄어든 민간투자, 지역적 불균형 등과 같은 영국 내부의 구조적 문제다. 영국은 EU에 남아 있을 때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브렉시트는 파운드화를 취약하게 만들고 국제수지를 악화시켜 국내외 기업의 무역과 장기투자를 위축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스마일 에르튀르크 <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

정리=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은 맨체스터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진의 기고문을 한 달에 1회 독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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