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중 5명이 총학생회장 출신
우상호 원내대표 당선 이어
송영길·이인영, 당대표 후보 거론
일각선 "운동권 정당 고착화"
[ 홍영식 기자 ]
이른바 ‘86그룹(1980년대 학번 운동권 출신·1960년대생)’이 더불어민주당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정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우상호 의원은 더민주 원내대표로 당선된 뒤 원내수석부대표에 박완주 의원, 원내대변인에는 기동민 당선자를 임명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우 원내대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부의장을 지냈다. 박 의원은 성균관대 부총학생회장, 기 당선자는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다. 8일 임명된 11명의 원내부대표단 가운데 강병원(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오영훈(제주대 총학생회장 출신), 최인호(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이훈(김대중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당선자 등 86그룹 상당수가 기용됐다.
이들에 이어 86그룹 출신들은 차기 당권 도전에도 나서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송영길 당선자는 당 대표 경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초대 의장을 거친 이인영 의원과 정청래 의원도 당권 도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6그룹이 원내대표에 이어 당 대표까지 노리는 데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86그룹이 되면 운동권 정당 이미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독자 세력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원내대표는 “50대 젊은 정치인으로 변화의 중심에 서겠다”고 했다. 이 의원도 “주도세력의 교체를 더 미루면 안 된다”고 했다.
86그룹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로 정치권에 입문하기 시작했다. 우 원내대표와 이 의원, 전대협 2기 의장과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오영식 의원,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임종석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2004년 이른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이들은 정치권에 본격 입성했다.
이들은 당시 ‘386(3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으로 불리며 선배 정치인들의 용퇴를 주장하는 등 비판세력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2004년 4월 17대 총선 뒤 열린우리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한 재선 의원이 “초선들 군기 잡겠다”고 하자, 한 초선 의원은 “군기 잡겠다는 사람의 귀를 물어뜯겠다”고 말하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선배 의원들에게 대들던 386 초선 의원들이 이제 2~4선의 지도자급이 됐지만 이들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작지 않게 나왔다. 86그룹이 정권 심판 등을 내세우며 비판의 목소리는 거셌으나 책임을 지지 않고, 대안 세력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33세의 이동학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혁신위원은 86그룹을 향해 새 비전과 정책 의제를 제시하지 못했고 계파 정치를 심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노동개혁을 반대하는 데 대해 “대안도 없이 개혁을 가로막는 반대 정당, 만년 야당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미애 혁신위원도 “새 활력과 대안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었던 86세대는 아직도 87년의 지나간 잔칫상 앞에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86그룹이 당 중심을 차지한 만큼 정책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기존 ‘운동권 문화’와 차별화하는 등 새 활로를 모색하고 책임정치를 구현해야 할 과제를 부여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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