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46) 공동체주의의 허와 실

입력 2016-05-06 20:39
이해관계자도 경영 참여해라?
정치논리로 변질될 가능성

이민·세계화가 전통 훼손?
문화 다양성이 발전 원동력

자유시장경제가 윤리 파괴?
어떤 체제보다 도덕성 강조

사유재산이 과도한 개인주의 조장?
개인들 공통 관심이 고립 없애



사유재산 보장과 법치, 작은 정부를 핵심으로 하는 자유주의는 ‘개인’을 중시한다. 경제적 자유는 자유주의 최고의 가치다. 사람들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투자하고 생산과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미국의 철학자 마이클 샌델 같은 이들은 자유주의를 공격한다. 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사람 사이의 연대감이나 상호신뢰 없이 모래알처럼 뿔뿔이 흩어져 제 것 챙기기에만 바쁜 차가운 인간들이 사는 세계라는 이유에서다.

그들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개인 대신 공동체를 중시하는 ‘공동체주의’다. 공동체는 가족·마을 공동체에서 볼 수 있듯이 구성원이 애정, 우정, 유대감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서로 돕고 사는 세상으로 정의된다.

공동체주의는 개인이나 기업이 존립할 수 있는 건 사회(공동체) 덕택이라는 논리에 근거한다. 타인의 도움 없이?개인의 경제적 성공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인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권리’보다는 타인에게 갚을 ‘의무’가 중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예를 들어보자. 야구선수 박찬호의 성공은 박찬호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야구 팬, 야구연맹, 방송산업 등 야구 문화 덕택이고 기업 이윤은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사회의 소비자, 노동자, 원료공급자, 납품업자, 지역사회 등의 덕택이라는 게 공동체주의 인식이다. 그래서 박찬호 선수나 기업들은 당연히 사회적 책임이 있고 그래서 그들이 번 돈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하는 게 정의롭다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이 사회의 산물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옳다. 야구선수는 야구 팬들로부터 받는 것 이상으로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켰고 또 야구문화에도 기여했다. 기업도 소비자로부터 받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치를 창출하면서 생산과 유통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보상했다.

그럼에도 사회적 책임의 법적 강요는 개인과 기업의 능력을 국유화하는 우(愚)를 범하는 일이다. 그 책임을 강요하지 않아도 성공한 운동선수들은 자발적으로 기부활동을 한다. 기업도 자발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며 그 책임을 다한다.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공동체주의 기업관은 주주, 종업원, 소비자, 지역주민 등의 이익을 위해 그들을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걸 의무화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다. 그러나 그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킬 필요는 없다. 가치창출, 가격, 지역발전 형태로 이미 그들에게 보답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런 제도를 강제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다. 陋痼?주주재산의 공유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해당사자들이 기업의 고용·투자 결정에 참여하면 그 결정은 경제논리 대신에 정치논리가 지배한다.

그런 제도가 없다고 해도 기업은 주주 이외의 이해관계자에게 자발적으로 적절한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들을 못되게 취급하는 기업은 평판이 나빠져 사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동체주의는 도시 주변의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한 도심지 대형 백화점 건설 억제, 농어촌 공동체 보호정책 등을 제안한다. 이 정책들은 공동체주의가 변화와 경쟁을 싫어하는 보수적 성향이 있음을 말해준다. 이 중 지역공동체를 보호한다면서 기업 이전을 억제하는 정책이 주목된다. 그러나 입지가 좋지 않아 손해가 발생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전을 막는 건 지역공동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다. 지역공동체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자유로이 기업 유치 경쟁을 하도록 하는 게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길이다. 이게 자유주의의 핵심인 지방분권화다.

공동체주의자들은 자국 문화의 고유한 인간관계를 빼앗고 지역 관습과 전통을 파괴한다는 이유에서 외국인 이민과 세계화에도 반대한다. 그러나 독일의 이민 정책이 보여주듯 외국인이 이주한다고 해서 자국 문화의 정체성이 손상된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문화의 다양성과 경쟁, 관용이 한 사회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다.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부재는 곧 빈곤이라는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자국 문화를 위해 문을 걸어 잠그라는 공동체주의의 주장은 황당할 뿐이다.

자유시장경제가 도덕을 파괴한다는 공동체주의자들의 비판도 옳지 않다. 시장경제는 예의 바르고 공손한 사람들에게 보상한다. 평판이 나쁜 기업은 노동자들이 기피한다. 사후관리가 나쁜 기업의 제품은 소비자들이 외면한다. 시장경제는 불친절하고 무례하고 허풍 떠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 어떤 사회체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도덕적 행동을 권장하고, 그런 행동을 금전적으로나 비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게 시장경제다.

사유재산 제도는 과도한 개인주의를 조장하고, 그럼으로써 사회질서를 파괴한다는 공동체주의 주장도 틀렸다. 사유재산을 인정하면 고립돼 있던 사람들은 사업관계와 같은 공동의 관심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들과 인연을 맺고 결속을 다진다. 일상적인 상업관계를 넘어서 종교·사회·오락·예술적 연합으로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그런 공동체적 관계를 존중하기 위한 첩경은 사유재산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억제하는 것이다. 물론 사유재산권의 수용과 사용은 법에 따라 충분히 보상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심적 위로와 우정을 나누면서 살던 분위기가 사라지는 데 대해서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이쯤에서만 봐도 공동체주의는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주의가 인간을 원자화하고 도덕을 파괴한다는 건 공동체주의의 오해다. 오히려 공동체의 가치 실현과 유지를 위한 최선의 길은 자유주의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민경국 <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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