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joy
유지현 쌍용차 화곡영업소 팀장
2030이 꽂힌 티볼리, 온라인 입소문에 하루 수십명 찾아
여성 운전자에 인기…티볼리에어 이번엔 남심 저격
'공감 영업'이 판매왕 비결…시시콜콜 일상 얘기하며 소통
구매자 1명이 10명 친구 소개…지난해만 290여대 팔아
[ 안혜원 기자 ]
고등학교 3년, 열아홉 살 꿈 많던 소녀 유지현은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밤낮으로 일하는 부모님을 보니 차마 등록금 얘기가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대학에 가는 대신 취업해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왕이면 큰 회사에 들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수줍음 많고 얌전하던 소녀는 그렇게 자동차 회사에 입사했다. 자동차 회사는 남성 전유물이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입사한 지 20여년이 지난 2015년, 그 고졸 소녀는 회사 최초의 여성 판매왕이 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처음이다.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이었다. 유지현 쌍용자동차 화곡영업소 팀장(42·사진) 이야기다. 그는 쌍용차에서 지난해 290여대를 판매해 최우수 영업사원이 됐다. 황금연휴를 앞둔 이달 4일 영업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완성차 업계 첫 여성 영업왕
유 팀장과 대화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 직전까지 차를 판매하느라 바빴다. 새 고객과의 계약을 마치고 헐레벌떡 자리로 돌아온 유 팀장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게 좌우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3년 관리직 사원으로 처음 입사했다. 주로 회계 업무를 봤다. 영업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영업사원 교육 업무를 맡으면서였다. “영업은 고객의 마음을 얻어야 가능한 것이죠. 남성만큼 공격적인 판매를 할 순 없겠지만 고객 생각을 세심하게 읽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제가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사원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년 전만 해도 영업사원에 대한 편견이 있었죠. 가족은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저를 자랑스러워했어요. 여자가 발로 뛰는 일을 한다는 데에는 반대했습니다. 독립하고 결혼한 다음에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결혼 후에는 남편과 시댁식구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흔 살이 목전에 다가왔다.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흔을 한 달 앞둔 2013년 11월 그는 영업사원의 길을 택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한 건의 계약도 올리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조급함을 버리고 소비자 입장에서 영업해보기로 했다. 상담에 무조건 두 시간 이상을 할애하며 대화했다. 차를 구매하지 않는 손님에게도 한 달에 두세 번 문자를 보내거나 대화를 걸어 안부를 갼駭?
친구, 자식, 시댁 얘기 등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후로 “차는 유 팀장에게 사야지”라는 말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한 명의 소비자가 두 명을, 두 명이 네 명을 데리고 왔다. 소비자 한 명이 10명을 소개해준 경우도 있었다.
◆여성 소비자 티볼리 많이 찾아
지난해 1월 티볼리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은 더욱 늘었다. 무겁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쌍용차 영업점에는 주로 남성 고객이 많이 찾았다. 하지만 티볼리가 출시되자 여성 소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여성 소비자는 여성인 유 팀장을 편하게 여겼다.
“티볼리가 출시된 첫 달엔 하루 50~60명의 손님이 찾아왔어요. 쉬는 날도 없이 한 달 내내 일했습니다.”
출시 초창기에 티볼리를 찾는 고객은 주로 20~30대였다. 인터넷으로 입소문이 난 덕분이었다. “쌍용차는 규모가 큰 경쟁사만큼 광고를 많이 할 여유가 없었어요. TV 광고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을 많이 접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것이 전부였어요.” 그런데 광고를 많이 내보내지 않자 오히려 매장을 직접 찾는 손님이 늘었다. 한 명이 두세 명씩 몰고 오는 날도 많았다.
최근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며 쌍용차는 또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기 전에는 회사 내에서 이견이 많았다. “영업사원 간에도 걱정이 많았어요. 7인승으로 나올 줄 알았던 티볼리 에어가 5인승으로 출시되면서 오히려 기존 티볼리 고객을 빼앗아 가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판매 간섭은 없었다. 고객이 늘었다는 게 유 팀장의 설명이다. “티볼리보다 더 큰 모델을 원하는 남성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생겼습니다.” 이때 유 팀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고객 전화였다. 그는 “티볼리 출시 직후인 2015년 1월로 돌아간 것 같다”며 “티볼리 에어 열풍 때문”이라고 밝게 웃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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