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시장' 공략…수출 주도
바텍, 방사능 노출량 줄인 CT
인바디, 서서 재는 체성분 분석기
혈당 측정기·임플란트 등 해외 주문 늘어 실적 고공행진
[ 조미현 기자 ]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이 ‘퍼플오션 전략’으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GE 필립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검증한 기술(레드오션)에 혁신적인 아이디어(블루오션)를 접목한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료기기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바텍 인바디 아이센스 오스템임플란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는 글로벌 기업들이 내놓은 제품에 편의성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해 차별화를 꾀하는 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레드오션’에서 틈새 발굴
치과용 영상진단장비를 생산하는 바텍은 2013년 방사선 노출량을 절반가량 줄인 컴퓨터단층촬영(CT)을 선보여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CT 촬영 시간을 기존 20초에서 5.9초로 크게 단축하자 해외 바이어들의 주문이 몰려들었다.
2003년 혈당측정기를 국산화한 아이센스는 혈액 한 방울(0.5마이크로리터)로 5초 안에 혈당을 재는 제품을 개발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글로벌 기업의 제품은 혈당 측정에 혈액 4마이크로리터와 30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바디는 누워 측정하던 지방, 근육 등의 체성분을 서서 하는 방식으로 바꿔 성공을 거뒀다.
차기철 인바디 대표는 “미국 일본 등 선두업체들의 제품은 누워서 전극을 붙여 체성분을 분석하기 때문에 편의성이 떨어졌다”며 “지금은 인바디처럼 선 채로 측정하는 방식의 제품이 주류가 됐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에 해외 주문 증가
메디아나는 필립스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이 고사양 환자 생체신호 감지 장비(수술 뒤 환자의 호흡, 맥박 등을 감지하는 모니터)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보급형 감지 장비로 차별화를 꾀했다. 소규모 병원에서는 20여개가 넘는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고사양 장비보다 2~3개 정도만 감지하는 장비 수요가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환자 구강 구조에 맞게 설계한 맞춤형 임플란트를 생산하고 있다.
기술력이 좋아지자 한국 업체에 의료기기 생산을 위탁하는 글로벌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에 해외 기업이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주문이 대표적이다. 아이센스는 일본 아크레이 등에 혈당측정기를 OD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메디아나는 지멘스를 비롯 메드트로닉 옴론 등이 주요 고객사다. 길문종 메디아나 회장은 “고사양부터 저사양까지 제품을 갖추면서 ODM 거래처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수출 의료기기업체 실적 고공비행
수출이 늘자 개별 의료기기 기업의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매출 28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386억원)보다 18.6% 늘었다. 영업이익은 287억원에서 369억원으로 28.2% 증가했다. 바텍은 지난해 매출 2173억원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29.5%에 달한다. 인바디는 2014년 489억원에서 지난해 689억원으로 매출이 40.8% 뛰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100% 늘었다.
수출 의료기기 업체들은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11년 195명이던 바텍의 직원 수는 지난해 553명으로 늘었다. 오스템임플란트도 같은 기간 직원 202명을 새로 뽑아 현재 인력이 1031명에 달한다. 이영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정보기술(IT) 기기와의 접목이 가속화하고 있는 점 등은 국내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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