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다
[ 김희경 기자 ]
오늘날 널리 쓰이는 순백색 부케는 고대 그리스인의 화관에서 유래했다. 당시 그리스 부케는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 질투심 많은 혼령을 쫓기 위한 용도로 마늘이나 톡 쏘는 맛의 약초도 들어 있었다. 고대 로마인들도 그리스식 부케를 많이 사용했지만 제비꽃, 장미 등 더 다채롭고 향이 많은 꽃을 선호했다.
스티븐 부크먼 미국 애리조나대 곤충·생태학과 교수는 《꽃을 읽다》에서 꽃의 은밀한 역사를 추적하며 독자들에게 향기로운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간과 꽃은 상상 이상으로 가깝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다. 저자는 “꽃과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이기적이며 편협하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간의 자만으로 여러 환경적 위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멸종하는 꽃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꽃이 우리를 치유해주는 것처럼 우리도 꽃을 보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부크먼 지음, 박인용 옮김, 반니, 428쪽, 1만8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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