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증세 앞서 지출 구조조정" vs 김성식 "법인세 실효세율 높여야"

입력 2016-05-02 19:08
20대 국회 정책 맞수
새누리당 이혜훈 - 국민의당 김성식

동지에서 라이벌로
한나라당서 함께 한 경제통
20대 국회서 나란히 여의도 복귀

구조조정 방식도 이견
이혜훈 "정치권이 개입하면 안돼"
김성식 "사회적 합의 이뤄 고통 분담"


[ 박종필/김기만 기자 ]
이혜훈 새누리당 당선자와 김성식 국민의당 당선자는 20대 국회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인 두 사람은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소속으로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19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두 사람은 20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돼 다시 만나게 됐다.

달라진 점은 김 당선자가 국민의당으로 옮겨가 이제 동지가 아니라 맞수가 됐다는 것이다. 기재위 활동을 희망하고 있는 두 당선자는 증세, 기업 구조조정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시각차를 드러내 불꽃 튀는 정책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이 당선자는 2일 “증세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지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지출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가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고소득층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 무료 혜택을 주기 위해 서민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정부 지출 중 20조원 정도는 불필요한 곳으로 새고 있다”며 “이런 것부터 점검하고 나서 증세 얘기를 꺼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명박 정부 때 이뤄진 법인세 감세에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 당선자는 “법인세를 낮춘다고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며 “법인세를 감면해 줬더니 기업들이 미래 산업에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사내 유보금만 늘렸다”고 비판했다

김 당선자는 “삼성전자가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며 증세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당선자는 18대 국회의원 시절에도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감세에 반대하는 등 정치권의 대표적인 증세론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세원이 투명해져 세수가 경제성장률 이상으로 많이 증가하던 때가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경제가 성장해도 세수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업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이 당선자는 “구조조정은 채권은행 중심으로 시장원리에 따라 해야 한다”며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아야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에 앞서 실업대책 등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제도화된 실업대책이 있다”며 “대책이 100% 마련돼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반면 김 당선자는 “여·야·정 협의체에서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구조조정의 고통을 분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위해 추진하는 한국은행의 산업은행 출자(한국형 양적 완화)에 대해서는 “산은은 평소 구조조정을 하지 않다가 문제가 생기면 정부나 한은에 손을 벌린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선 두 당선자 모두 비판적이었다. 이 당선자는 “부동산 대출을 늘리는 등 시중에 돈을 풀어 내수를 회복시키겠다는 정책은 중단하고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자는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만 썼다”며 “경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필/김기만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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