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국제수학연맹 위원
삼성과 스마트폰 암호개발
KT 조류도감 예측모델 등 기업과 21개 대학 연결해
"산업수학으로 난제 해결 가능…수학자-기업 교류 확대 기대"
[ 박근태 기자 ]
“지난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이 타결되고 나서 수학자들도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유네스코와 함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탄소 배출량 모델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IMU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사진)은 지난달 27일 기자와 만나 “수학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문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소개했다. 지금까지 기후변화 연구에서도 탄소 발생량을 이용한 수학 모델이 종종 사용됐지만 제한된 활용에 그쳤다. 박 소장은 “기후변화 양상과 수집된 데이터는 점점 복잡하고 방대해지고 있다”며 “수학이 바탕이 된 인공지능의 기계학습 방식으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 바탕에는 기계학습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조합론과 그래프이론 같은 수학이 자리하고 있다. 시간을 주파수로, 반대로 주파수를 시간으로 바꿔주는 푸리에 변환을 응용하면 인공지능이 처리할 일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도 있다.
박 소장은 수학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난해 출범한 산업수학 점화 프로그램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대학교수와 대학원생들이 산업 현장의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전국 21개 대학이 금융, 의료, 정보보안, 바이오 등 34개 기업과 함께 문제 해결에 나섰다. “기업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요즘 현안이 뭔지, 무슨 문제가 안 풀리는지 물었어요. 수학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120여가지의 문제를 추렸습니다.”
성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삼성전자와 함께 수학의 다항식을 활용해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차세대 암호를 개발했다. KT도 서울대 연구진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박 소장은 “그간 결과를 살펴보면 대다수 기업이 수학 모델을 활용할 경우 1주일 만에 풀 수 있는 문제들로 애를 먹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
산업수학 발전 방안을 찾기 위해 지난 3월에는 벤처 요람으로 떠오른 경기 판교에 산업수학혁신센터도 들어섰다. 매주 목요일 인근 벤처기업 개발자가 모여 자신이 처한 문제를 자유롭게 발표하고 수학자들에게 자문하는 행사가 열린다. 박 소장은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산업수학 발전 방안에서 밝혔듯 10개 안팎의 대학에 산업수학센터(IMC)를 설립하면 수학자와 기업의 교류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외에 위상 수학을 활용한 암 예측 모델로 1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은 아야스디 같은 전문 벤처까지 등장했다. 박 교수는 “국내 대부분 기업은 자신이 처한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며 “산학협력을 통해 주어진 데이터와 문제에서 수학적 해결책을 찾아내는 실무 감각이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도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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