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 자유여행
얼하이 호수 거닐며 별을 헤고…'동양의 베니스' 리장에서 차 한 잔
얼하이 호수 어촌마을 솽랑
엽서처럽 아름다운 풍경에 중국 예술가들 모여들어
해발 2400m 고원 지대 리장
카페·레스토랑·술집 즐비…밤이 되면 고성의 낭만이 흘러
케이블카 타고 오른 위룽쉐산 만년설에 황홀
해발 5596m 우뚝 솟은 위룽쉐산…람월곡선 옥빛호수와 절경 이뤄
청나라 건륭 황제가 이름 지은 헤이룽탄공원도 알프스 뺨쳐
[ 리장(윈난성)=김영미 기자 ]
만년설이 반짝이는 높은 산, 구름이 비치는 잔잔한 호수, 호숫가에 둥지를 튼 전망 좋은 로지. ‘동양의 스위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중국 윈난성(雲南省)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역사적인 도시와 순수한 자연이 만나는 곳. 구름의 남쪽에 아득하게 펼쳐진 ‘동경의 땅’ 윈난성은 방문객 누구에게나 치유를 선물할 만큼 멋진 곳으로 유명하다.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지만 자유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대자연과 소수민족의 땅, 윈난성
중국 서남부에 자리 잡은 윈난성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곳으로 면적이 남한의 약 4배에 달한다. 윈난성의 대부분은 해발 2000m 이상의 고지대이며 40여개의 고원 호수를 품고 있다. 어느 곳을 가든 장대한 산과 맑은 호수가 어우러진 한 폭의 산수화가 기다린다.
소수민족은 윈난성 여행의 또 다른 키워드다. 소수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는 윈난 여행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25개 민족이 윈난에 거주하는데, 윈난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출발지 역시 윈난성이다. 예로부터 푸얼차(普茶) 산지로 명성이 자자했던 윈난성은 중국의 차(茶)와 티베트의 말(馬)이 오가던 차마고도의 시작점이었다.
윈난 자유여행에 주어진 시간은 7박8일. 고심 끝에 다리(大理)와 솽랑(雙廊), 리장(麗江) 여행에 집중하기로 했다. 늦은 밤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昆明) 기차역을 출발한 야간열차는 밤새 달려 다리에 닿았다. 쿤밍에서 서쪽으로 약 260㎞ 떨어진 다리는 해발 2086m에 있는 도시다. 당나라 때에는 남조국(南詔國, 서기 649~902년), 송나라 시기엔 다리국(大理國, 서기 937~1253년)이 이곳을 도읍으로 삼아 번성했다. 13세기 몽골의 쿠빌라이 군대에 정복당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옛 흔적은 아직 남아 있다.
해발 4122m인 창산(蒼山)의 19개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모여 형성된 다리와 얼하이(海) 호수 일대는 바이족(白族)이 약 3000년간 지켜온 삶의 터전이다. 바이족은 흰색을 숭상하는 소수민족으로, 흰색 옷을 입고 흰색 외벽에 푸른 기와를 얹은 소박한 집에 산다.
다리고성 - 1000년 역사의 고성 ?걷다
다리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인 다리 고성(大理古城)은 1000년 역사를 지녔다. 따리 고성 곳곳에 즐길거리가 있다. 여행 방법은 간단하다. 보행자 도로인 푸싱루(復興路), 런민루(人民路,), 양런제(洋人街)를 중심으로 산책하면 된다. 고성 안에 옹기종기 늘어선 바이족 건축물은 식당, 카페, 수공예 상점, 술집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점이 빼곡하지만, 고성의 골목은 매혹적이다. 오래된 돌길을 거닐고, 버드나무가 드리운 길을 어슬렁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하다.
고성 남문 성벽은 일종의 전망대다. 다리 고성의 고즈넉한 전경이 한눈에 담긴다. 고성을 둘러싼 높고 푸른 창산과 새파란 하늘의 조화를 감상하며 타박타박 성벽을 거니는 맛이 상쾌하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윈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놓칠 수 없다. 중국은 최근 커피 산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중국산 커피의 95%는 윈난성에서 재배된다. 중국 스타벅스는 윈난의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한다. 창산이 보이는 옥상 카페에서 두둥실 떠가는 구름을 벗 삼아 고소한 윈난 커피를 마시니, 야간열차를 타고 오며 쌓인 피로가 말끔히 씻겼다.
다리는 창산을 기준으로 북쪽을 상관(上關), 남쪽을 하관(下關)으로 구분한다. 중국인들은 다리를 풍화설월(風花雪月)의 도시라 부르는데 하관의 바람(下風), 상관의 꽃(上花), 창산의 눈(山雪), 얼하이의 달(海月) 등을 품었기 때문이란다. ‘풍화설월’은 주점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리의 지역 맥주인 ‘풍화설월’은 싱겁고 밍밍한 맛이지만, 휘영청 빛나는 달을 감상하며 낭만적인 밤을 노래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이 외에도 다리의 명소 중 남조국 후기(824~859년)에 창건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세 개의 탑 숭성사 삼탑(崇聖寺三塔)이 유명하다. 케이블카를 타고 창산에 오르면 다리 시내와 얼하이 호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솽랑 - 낭만이 흐르는 어촌 마을
사실 이번에 윈난성으로 여행을 떠난 것은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호숫가 로지의 예쁜 테라스에서 아름다운 산과 호수가 보이는 사진이었다. 중국에 이런 그림 같은 곳이 있다니…. 가서 시간을 보낸다면 오랜 스트레스도 단박에 날아갈 것 같았다. 장소를 수소문해 보니 얼하이 호수였다. 새로운 여행지를 갈망하는 내 마음을 사로잡았음은 물론이다.
얼하이는 한라산보다 높은 해발 1972m 고원 지대에 있는 고원 호수다. 남북으로 약 42㎞, 동서로는 8㎞ 정도 길이다. 면적은 250㎢에 이른다. 중국에서 일곱 번째 큰 호수로, 사람의 귀 모양을 닮은 호수가 바다처럼 넓다 해서 ‘얼하이’라고 부른다.
얼하이 호수는 중국인들에게 ‘슬로 라이프’와 ‘치유’를 주는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솽랑의 인기가 가장 높다. 솽랑은 얼하이 호수 북동쪽에 있는 작은 어촌마을로, 다리 고성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걸린다.
얼하이의 풍경을 가장 예쁘게 볼 수 있는 솽랑은 중국 예술가들이 빌라를 세우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발전했다. 솽랑의 호숫가에는 고급 로지와 호텔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시설 수준에 따라 숙박비는 천차만별. 단돈 몇 만원짜리 객실도 있지만 호수를 바라보는 고급 객실은 1 悶?30만원을 가뿐히 넘는다.
얼하이 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게스트하우스인 하이디성훠(海地生活, Sky Sea Lodge)를 찾아가면 된다.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수평선이 아득하게 펼쳐지는 곳으로,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나온다. 좀 더 드라마틱한 장면을 원한다면 하이디성훠 옆에 있는 유료 포토존(1인 2위안)을 이용하면 된다. 예쁜 꽃이 놓인 새하얀 테이블에서 ‘인생사진’을 남길 수 있다.
솽랑의 숙소로 정한 곳은 샤드 홈랜드(Shard Homeland)라는 곳이다.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열자 고요한 호수와 청명한 하늘,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현실적인 낭만이 덮쳤다. 밤이 되자 호수에 칠흑 같은 적막이 찾아왔다. ‘평화롭다’는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한 세상과 단절된 기분. 다른 여행지에서 겪지 못했던 근사한 고요. 캄캄한 얼하이 호수를 마주하고 별빛 총총한 밤하늘을 말없이 감상하는 시간은 윈난 여행 중 가장 달콤했다.
솽랑의 또 다른 명소는 난자오펑징다오(南詔風情島)다. 얼하이에 있는 3개 섬 중 하나로, 원래 남조국 왕족들의 휴양지였으나 1997년 중국 정부가 1억위안(약 176억원)을 들여 관광지로 탈바꿈시켰다. 호텔, 바이족 전통 가옥, 아차야 관음광장, 남조피서행궁 등의 볼거리가 있다. 솽랑에서 난자오펑징다오까지는 유람선으로 5분이 걸리며, 뱃삯은 1인 50위안(약 8800원) 정도다.
리장 고성 - 고색창연한 풍경
솽랑에서 다음 여행지인 리장까지는 고속버스로 ?2시간30분이 걸렸다. 해발 2400m의 고원 지대에 자리 잡은 리장은 중국인도 동경하는 보석 같은 여행지다. 만년설에 뒤덮인 위룽쉐산(玉龍雪山) 아래 둥지를 튼 리장은 당·송·원·명나라를 거쳐 청나라에 이르기까지 차마고도와 윈난 지역의 경제 및 문화 중심지로 번성했다.
리장 관광의 핵심은 소수민족인 나시족의 전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리장 고성(麗江古城)이다. 송나라 말부터 원나라 초기에 형성된 곳으로 8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성이다.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역사문화적인 가치가 높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996년 리장에 규모 7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많은 건물이 무너져 내렸지만 고성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리장은 물의 도시다. 위룽쉐산의 만년설이 녹은 물은 마을로 흘러든다. 리장 고성 곳곳이 수로로 얽힌 이유다. 수로에는 명·청 시기에 놓은 300여개의 다리가 있다. 혹자는 리장을 ‘동양의 베니스’라 부르기도 하지만, 리장 고성 특유의 고색창연한 풍경은 베니스와 딴판이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작은 수로 옆 버드나무가 운치를 더한다. 리장 고성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는 돌길이다. 고성 내 바닥은 모두 붉은 빛의 자갈로 만들었다. 비가 와도 물이 고이지 않고 맑은 날엔 먼지가 날리지 않는다고 한다.
커다란 물레방아인 다수이처(大水車)에서 리장 고성 여행을 시작했다. 그 옆엔 리장 고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해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쓴 글씨로 만든 기념벽이 있다. 쓰팡제(四方街)는 리장 고성의 모든 돌길이 만나는 작은 네모꼴 광장이다. 리장을 찾 틸?관광객들이 반드시 지나는 곳으로 은행, 우체국, 마트 등이 밀집돼 있다. 쓰팡제 북동쪽 입구에는 리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꼽히는 다쓰차오(大石橋)가 있다. 길이 10.6m, 높이 2.2m, 폭 3.8m 규모로 리장에서 가장 크다.
카페, 레스토랑, 술집이 즐비한 신화(新華街)는 낮과 밤의 모습이 180도 다르다. 낮에는 고즈넉하던 거리가 밤에는 홍대 클럽거리처럼 변하는 양면성이 무척 흥미롭다. 기념품을 살 만한 상점은 치이제(七一街)에 많다. 고성을 둘러보려면 1인당 80위안(약 1만4100원)의 고성 유지비를 내야 한다. 한 번 내면 위룽쉐산, 헤이룽탄공원 등을 방문할 수 있다.
리장 고성의 전망을 한눈에 담으려면 스쯔산(獅子山) 정상에 있는 누각 완구러우(萬古樓) 또는 근처의 전망 좋은 카페로 가는 것이 좋다. 수많은 관광객이 모여드는 리장 고성은 길이 복잡하지만 고성의 돌길과 수로를 거니는 동안엔 절로 낭만에 젖었다. 특히 잔잔한 불빛이 고성을 밝힌 밤거리는 여행객을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위룽쉐산 - 스위스 뺨치는 절경
리장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위룽쉐산이다. 리장의 멋진 풍경을 완성하는 것도, 리장 관광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것도 해발 5596m의 위룽쉐산이다. 자유여행으로 산을 돌아보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고성 내 중국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여행에 합류했다. 위룽쉐산과 옥빛의 호수가 절경을 연출하는 란웨구, 백색의 대리석과 석회암 위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바이수이허(白水河),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스펙터클한 공연 인상리장 등을 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4680m에 있는 위룽쉐산 빙하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등 코스는 매우 알찼다. 산소통과 방한복까지 주는데 1인당 약 13만원이 아깝지 않다.
리장 고성 동북쪽 2㎞ 지점에 자리 잡은 헤이룽탄공원(黑龍潭公園)도 놓치면 아쉬운 명소다. 청나라 때 건륭황제가 이곳의 경치를 보고 친필로 옥천공원(玉泉公園)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만년설이 녹아 흘러온 물로 형성된 맑은 호수에 위풍당당한 위룽쉐산이 한 폭의 데칼코마니처럼 비쳤다. 직접 보니 과연 대단한 절경이었다. 호수에 반영되는 산과 나무와 누각과 하늘과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유럽 산악관광의 명소 스위스가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과 진한 감동이 그곳에 있었다.
리장(윈난성)=김영미 여행작가 young_10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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