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선과 악 인간본성의 이중성을 파헤친다…늘 유혹에 빠뜨리는 하이드, 너는 누구?

입력 2016-04-29 20:05
수정 2016-05-30 10:29
(1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저 사람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선한 사람을 보고 흔히 하는 말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라. 법이 없으면 어떤 사람이 활개를 칠지. 살인을 저지르고 도둑질을 해도 처벌할 법이 없다면 누가 불리할까. 아마도 힘없고 착한 사람이 힘을 남용하는 악한 사람에게 희생될 확률이 높다.

‘이 찬란한 날, 창의적인 생각이 샘솟는 10대의 청춘이 교복 속에 갇혀 학교에서 따분한 교과서나 보고 있다니 억울해!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친구가 몇이나 될까? ‘미래를 위해 지금은 준비해야 할 때, 열심히 공부해 부모님과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해 나라의 일꾼이 될 테닷!’ 이런 각오를 한 친구들이 ‘생글생글’을 읽으며 지식과 지혜를 키우고 있어 어른들의 마음이 든든하다.

성악설과 원죄설은 무엇인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지킬 박사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해 의사가 된다. 선행을 베풀고 명망 있는 친구들과 교류를 나누며 삶을 보람 있게 산다. 보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외모의 하이드는 힘없는 아이를 발로 짓이기고, 죄 없는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뒤 쾌감을 느낀다. 놀라운 건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동일인물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지킬 박사는 어릴 때부터 향락에 빠지기 쉬운 성격이었지만 자신의 나쁜 품성을 누르고 열심히 공부해 사회의 지도급 인사가 됐다. 하지만 무미건조한 생활을 지겨워하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악을 분리할 약물을 개발하기로 결심한다. 개발에 성공해 약물을 들이켜는 순간 훨씬 젊지만 몸집이 작고 흉물스러운 하이드로 변신한다. 악이 조종하는 하이드는 스스럼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다시 약물을 마시고 변신해 전처럼 평온한 생활을 하는 지킬 박사. 하지만 악한 본성이 주는 쾌감을 잊지 못해 자주 약물을 마시고 악행을 저지른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오가며 살던 어느 날,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하이드로 바뀌자 지킬 박사는 경악한다. 약을 먹고 변신할 때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것도 힘든데, 설상가상 약을 제조할 원료를 구하기도 힘들어진다. 결국 하이드의 몸 상태에서 지킬 박사는 자살을 택한다. 이 오묘한 스토리는 이 소설의 화자인 어터슨 변호사가 이끌어 간다. 150페이지 남짓한 이야기를 읽어보면 인간의 본성이 선과 악을 오가며 얼마나 번민하는지 잘 느낄 수 있다.

성악설과 성선설 가운데 성악설이 더 설득력이 있다. 성악설은 ‘고대 중국의 유학자 순자가 주창한 학설로서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하다고 珝▤求?윤리사상’이다. 성악설은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은 죄 때문에 인간은 모두 죄를 타고난다’는 기독교 원죄설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며 그 생각으로 인해 갈등하는 동물이다. 많다는 것을 나타날 때 ‘오만가지’라는 표현을 쓴다. 사람이 하루에 5만 개 정도의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그 오만가지 생각 중에서 85%는 부정적인 생각이며, 단 15%만이 긍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15%를 따라가느냐, 85%에 끌려가느냐, 그 선택에 따라 인생이 갈린다.

가출과 자퇴, 범죄로 귀중한 청소년기를 허망하게 사는 친구들은 85%가 이끄는 걸 거절하지 못해 방황하는 것이리라.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의 잔혹한 범죄가 계속 드러나 많은 사람이 경악했는데, 어른이 돼도 85%를 따라가기 쉬운 게 인간의 본성이다.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도박과 마약에 빠지는 것도 유혹당하기 쉬운 우리 속의 ‘하이드’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겸손함으로 마음을 다스려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우리 속에는 두 사람이 산다. 제아무리 선한 사람도 마음속에 얼마만큼은 하이드의 속성을 갖고 있다. 과연 하이드를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 열심히 일한 지킬 박사는 선행을 베푼 뒤 사람들의 칭송을 받자 교만함과 무료함을 동시에 느낀다. 언제든 방심하면 안 된다. 85%가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이룬 다음 허탈함에 빠져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끊임없이 겸손한 가운데 자신을 잘 다듬고 닦아 나가야 한다. 인생 레이스는 결코 쉽지 않다. 천상을 탈출한 루시퍼와 타락한 천사들이 호시탐탐 사람들의 마음을 악하게 만들기 위해 활개를 치고 있으니.

1886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여전히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인간의 이중성을 경고하며 많은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연극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져 끊임없이 사람들의 생각을 환기시킨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차례 상연됐다.

《지킬박사와 하이드》, 이 책을 읽고 내 속에 있는 양면성에 대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좋을 것이다. 부정적인 음성을 따라갈 것인가, 긍정적인 쪽으로 삶을 개척해 나갈 것인가. 그 판단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이 져야 한다.

이근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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