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의 스토리면접 (74) - 소논문활동(5): 연구주제의 구체화방식
Ⅰ. 들어가며
“2학년에 올라온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중간고사예요. 하지만 마음에 맞는 친구도 사귀며 동아리 활동도 하고, 친구와 관심 사항을 이야기하면서 꿈을 그려 나가고 있어요. 친구들과 소논문을 준비하려고 해요. 특별한 학생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우리들도 한 번 해 보려고요. 고등학교 수준의 소논문에 한번 도전해볼게요.”
최근 한 학생이 보내 준 메일 중 일부다. 보람을 느낀다. 여러분도 대단한 논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수준에서 관심사를 글로 나타내 보기를 권한다. 소논문의 형식으로 말이다. 고등학생의 특권은 ‘완성’이 아니라 ‘도전’에 있음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이번 호는 소논문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의 구체화방식’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Ⅱ. 연구주제 구체화의 중요성
1) 연구주제의 중요성
연구주제는 논문을 쓰는 데 있어서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연구주제란 자신이 새롭게 연구해 일반성(또는 법칙성)을 발견하는 분야를 말하기 때문이다. 연구주제를 의문문 형식으로 만든 ‘연구질문(Research Question)’은 논문을 시작해 끝맺음하기까지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하나의 연구질문이 관통했을 때 연구논문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연구질문과 무관한 부분은 불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 연구주제가 방대한 경우
논문을 작성하다 보면 자만심에 빠져 위대한 발견을 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논문 주제를 방대하게 잡는 경우가 있다. 연구주제의 방대함은 관련된 기존의 이론이 많고, 다양한 세부주제를 통한 연구가 많다는 점을 의미한다. 선행연구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할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구주제와 관련한 기존의 연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새로운 연구가 무엇인지 밝혀야 하기 때문에 연구주제가 방대하면 자신의 연구에 대해 언급하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 논문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3) 연구주제가 축소된 경우
연구주제가 구체화되고 세부화된다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논문의 가치가 낮을 수 있다. 새롭게 발견할 가치가 적거나, 관련 연구가 적어서 자신이 발견한 연구결과가 기존 이론과 별다른 점이 없을 수도 있다. 연구주제를 작게 잡을 경우에는 데이터가 새롭거나, 새로운 현상이 발견됐거나, 새로운 데이터 분석방법 등 연구방법론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4) 고등학생으로서 연구논문의 범위
고등학생은 학교 공부 및 수능 공부 준비 때문에 소논문을 작성하는 데 시간을 많이 사용할 수 없다. 또 학교라는 공간적 제약도 무시하지 못한다. 자료를 찾을 때 대학 도서관이나 국회 도서관 등을 활용해 국내 및 국외 논문을 검색하기가 쉽지 않다. 내용상 제약도 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기존의 지식이 얇고, 독서량도 적으며, 학생을 지도하는 선생님도 학생의 관심분야에 대한 논문작업을 도울 정도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고등학교 소논문 활동은 논문 형식으로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자료를 찾고, 이를 정리하고, 이론화를 하며, 객관화하는 작업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소논문은 연구논문 주제의 구체화가 반드시 필요하고, 얼마나 연구주제를 자신의 현실에 맞게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Ⅲ. 고등학생으로서 연구주제 구체화 방식
고등학생으로서 연구주제의 구체화란 고등학생의 현실에서 파악한 문제 현상에 대해 시간적·공간적·내용적 제약을 고려한 연구주제의 구체화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해보자.
1) 자신의 주위 현상에 집중하자
고등학생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주로 생활한다. 소논문이라는 것은 자신의 문제의식을 학문적 이론으로 설명하는 과정이라고 볼 때, 문제현상을 발견하는 것이 먼저다. 이는 독서를 통해서도 찾을 수 있다.
<예시 1> 학교 급식을 할 때, 줄을 제대로 서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 현상을 자신의 문제현상으로 잡을 수 있다. 불법적인 상황, 부당한 상황 속에서 자신은 도덕적으로 행동하면서, 이런 문제현상에 대해 지적하지 않고 넘어가는 현상을 심리적인 측면에서 그 원인을 파악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사회화 과정과 연결해 설명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사람들의 일반화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규범화의 문제현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고와 다르게 바라보는 현상에 대한 관찰력이 소논문의 연구주제를 잡는 기초 토양인 것이다. 현실에 대해 깨어 있는 자만이 자신의 궁금한 부분을 구체화할 수 있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리를 향한 탐구정신이다.
<예시 2> 수업시간에 엎드려 있는 친구를 발견한 경우, 그 친구의 심리적 문제현상으로 다가갈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엎드려 있는 친구가 있음에도 아무도 깨우는 사람이 없다면 사회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또 엎드려 있는 학생 자신의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하나의 현상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식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연구주제를 잡을 때 구체적인 자신의 경험에서 시작해보자.
2) 사회적 현상에 집중하자
<예시 3> 인공지능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이 바둑을 두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도 된다. 더 나아가 바둑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유사점과 차이점으로 구분해 게임과 인공지능의 관계로 확대해도 된다. 이 대국의 장면을 보고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대해 무서움을 느끼거나, 편리성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다. 이를 설문을 통해 인간 심리에 대해 연구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일반화할 수도 있다. 뇌과학과 연결된 인공지능 자체를 연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주제는 일반 논문의 주제라고 볼 수 있다. 고등학생은 이런 사회현상을 고등학생이라는 범주로 축소해 연구하는 것이 좋다. 인공지능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연구, 인공지능에 대한 고등학생의 심리(두려움 또는 기대감) 연 ?등 사회 현상을 고등학생의 현상으로 구체화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예시 4> 최근 일본, 에콰도르, 멕시코, 필리핀 등 태평양을 중심으로 지진이 일어나 세계적으로 구호의 물결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국민의 힘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었다. 이를 고등학교 내 현상으로 구체화해 소논문의 연구주제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3) 시간적·공간적·내용적 제약을 고려하자
위의 1번과 2번을 통해 일반화된 연구주제를 생각한 경우 시간적·공간적·내용적 제약을 고려한 연구주제의 구체화 단계를 거치면 좀 더 효율적인 구체화를 할 수 있다. (1)시간적 제약을 고려한 구체화는 연구주제의 범위를 특정한 시기로 한정하는 것을 말한다. 20세기, 고등학생 시기. 고등학교 2학년 시기 등을 말한다. (2)공간적 제약을 고려한 구체화는 연구주제의 범위를 특정한 공간으로 한정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서울, 대치동, 분당, 00고등학교 등을 말한다. 이때 공간적 제약은 자신의 연구주제의 대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지역이면 더욱 좋다. (3)내용적 제약을 고려한 구체화는 일반적인 연구주제에 특정한 내용적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A의 역사, A의 B에 대한 영향, C의 A와 B의 관계에 미치는 조절효과 등이 있다. (4)위 단계를 서로 결합하는 방법이 있다. 시공간적 제약을 고려한 구체화 등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현민의 스토리면접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hm6161)’를 참고하기 바란다.
위 구체화 단계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일반 연구주제로 ‘청소년의 사회참여 운동’을 연구하는 경우 (1)시간적 제약요소를 고려하면 ‘20세기 초 청소년의 사회참여 운동’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2)공간적 제약요소를 고려하면 ‘한국의 청소년 사회참여 운동’으로 나타낼 수 있다. (3)내용적 제약을 고려하면 ‘청소년 사회참여 운동의 역사’로 구체화된다. (4)여러 구체화 단계를 결합해 시공간적 제약을 고려하면 ‘20세기 초 한국의 청소년 사회참여 운동’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 또 ‘2000년 이후 서울 지역 고등학생의 사회참여 운동의 역사연구’, ‘스마트폰이 미친 00고등학교 학생의 사회참여 운동 변화 요인으로서 심리학적 접근’이 있을 수 있다.
S·논술 수석 연구위원 hm61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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