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재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6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을 내놨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업황 등 외부 여건에 대한 우려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전날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11.65% 증가한 6조67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9조7800억원으로 5.65% 늘었고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16.47% 증가한 5조2600억원으로 집계됐다.
29일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조기 출시한 갤럭시S7이 양호한 판매를 기록해 IT·모바일(IM) 부문이 호실적을 올렸다"며 "여기에 원가 절감이 더해져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IM 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이 3조8900억원으로 4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작년 동기보다 1.15%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7% 증가한 2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7과 중저가 스마트폰의 비용 절감 등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낸드(NAND) 부문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디스크(SSD) 등 고가 제품의 판매가 늘어 영업이익률이 11%포인트 오른 21%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을 내놓았지만 올 2분기에는 개선세가 주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반도체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실적 부진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태"라며 "둔화된 스마트폰 성장세와 그에 따른 경쟁 심화로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환율 등 외부 여건을 감안할 때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9조3000억원, 6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전분기 평균(1201.00원)보다 50원 가량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의 분기 실적은 1분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기대한 새로운 주주환원정책이 발표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현 수준에서 횡보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쟁사인 애플이 부진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애플은 올해 2분기(2015년 12월 하순~2016년 3월 하순)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2.7% 감소한 505억6000만달러(한화 약 58조원)을 기록했다. 애플의 분기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03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애플의 혁신 부재가 삼성전자에게는 도리어 기회"라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디자인 등을 차별화 할 경우 양호한 스마트폰 판매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올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1분기보다 2% 증가한 6조8000억원, 50조93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중저가 제품군인 갤럭시 A와 J의 판매 호조에 견조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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