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돼지'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입력 2016-04-28 18:35


(조미현 중소기업부 기자) 치매 환자 중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환자는 70%에 달한다고 합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여 나타납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해 왔는데요. 마땅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못한 실정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인간의 알츠하이머 치매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치매 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백선하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와 이병찬 수의과 교수 연구팀은 아밀로이드와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알츠하이머 치매성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은 체세포 복제를 통해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했습니다. 형질전환은 인위적으로 외부 유전자를 주입해 동물의 유전 형질을 바꾸는 것입니다. 유전 형질이 바뀌면 2세, 3세도 같은 유전자를 갖게 되는데요.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과다하게 발현하도록 하는 유전자를 돼지에 이식해 치매 돼지를 계속 생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돼지를 오랜 시간 관찰했습니다. 태어난 지 2년된 돼지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CT), 자기공명영상(MRI) 등 뇌 영상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정상 돼지보다 뇌 피질이 위축되는 등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치매 원인과 치료법을 연구할 때에는 주로 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쥐에게서는 인간에게 나타나는 질환과 다른 형태로 질병이 발현됐습니다. 때문에 실제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더라도 인간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돼지는 인간의 수명과 비슷하고 유전적 유사성이 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치매 돼지로 치매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획기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 연구팀뿐 아니라 유전체 교정 전문기업 툴젠, 실업용 동물 전문 업체인 옵티팜 메디피그 등 바이오 기업들도 참여했습니다.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 치매를 정복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끝) /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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