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애플 - 최악의 분기 성적표
중국·대만·홍콩 등 중화권 매출 1년새 26% 급감
샤오미·화웨이 공세에 아이폰 판매 1000만대 줄어
고가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로 실적 개선 불투명
[ 안정락 기자 ]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고속성장 신화가 13년 만에 막을 내렸다. 애플은 지난 26일(현지시간) 2016회계연도 2분기(2015년 12월27일~2016년 3월26일) 매출이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1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2.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애플의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03년 1분기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애플의 실적 악화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께 출시될 아이폰7이 시장에 풀리기 전까지는 애플의 실적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중화권 매출 26% 감소
애플은 2016회계연도 2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5119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998만대(16.2%) 줄었다고 밝혔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505억6000만달러, 순이익은 22.8% 줄어든 105억달러로 나타났다.
애플 매출이 감소한 것은 세계 최대 휴대폰 시장으로 부상한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에서의 부진 탓이다. 중화권은 애플 전체 매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 중 하나다. 하지만 애플은 2분기 중화권에서 전년 동기 대비 26% 줄어든 124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 아이폰 교체 수요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현지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회사들의 올 1~3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2500만여대로 삼성전자와 애플 판매량을 합한 1억2300만여대보다 많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판매량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합계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애플은 중화권 외에도 북미에서 10%, 유럽에서 5%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애플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처럼 고전한 것은 경기 침체와 함께 불안정한 환율 등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루카 매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달러 강세 때문에 판매 감소 규모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중저가폰 시장 대응 실패
애플이 세계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중저가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중저가폰 제품군을 강화하며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은 중저가폰 시장을 공략할 만한 제품군을 갖추지 못했다. 올 들어 화면을 4인치로 줄인 아이폰SE를 출시하고 시장 대응에 나섰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아이폰의 프리미엄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지적된다. 스마트폰 기술 혁신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아이폰도 다른 고가 스마트폰과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애플 실적이 당분간 개선되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애플은 2016회계연도 3분기 실적 전망치로 매출 410억~430억달러 수준을 제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매출(496억달러)보다 13% 이상 줄어든 수치다. 오는 9월께 출시될 아이폰7 공개 때까지는 뚜렷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샤이라 오바이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애플 실적이 발표되기 전까지 애널리스트들은 내년께 매출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제는 다들 자신이 없어졌다”며 “다음 아이폰 모델 발표에 모든 희망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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