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구조조정]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도 주채권은행이 관리…대우조선은 추가 자구안 마련

입력 2016-04-26 18:56
정부, 은행 통해 고강도 자구계획 받기로

STX조선·성동조선 법정관리 검토
임종룡 "공동 컨설팅 통해 사업 재조정"


[ 도병욱 기자 ]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로부터 자구계획을 받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채권은행의 관리를 받는 조선사가 아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주 절벽’ 때문에 조선업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주채권은행이 이들로부터 자구계획을 받아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지난 3년간 4조6209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다만 조선 ‘빅3’ 간 합병 및 사업부문 통폐합 등을 추진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위기에 빠진 조선산업을 살리기에는 미흡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우조선 추가 구조조정 실시

정부는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다음달 말까지 대우조선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는 재무 건전성 조사)를 하기로 했다. 테스트 결과에 따라 인력과 임금, 설비 규모 조정 등 자구계획을 다시 수립하게 된다. 추가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급여 체계도 바꾼다. 성과에 기반을 둔 보상 체계를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는 대우조선이 자구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는지 매 분기 평가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으로부터 4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2019년까지 약 3000명의 정규직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은 변한 대내외 여건을 감안해 법정관리 여부를 검토한다. SPP조선과 대선조선 등은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부는 정상 기업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채권단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을 통해 각 기업의 자구계획을 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이날 협의체 회의 결과를 발표한 직후 조선업체 주채권은행 회의를 열어 곧바로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조만간 이들로부터 자구계획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빅딜 없다”는 정부

정부는 조선업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빅3 간 빅딜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주주가 있는 기업을 상대로 정부 주도로 합병을 강제하거나 사업부문 간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rdquo;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채권단 관리를 받지 않는 기업의 사업재편에 대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 자율로 공동 컨설팅을 받아 조선업 전반의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했고,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상선 발주도 줄어들고 있어서다. 정부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업체별로 설비 규모 등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라고 제안했다.

이런 정부 결정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조선사의 설비 규모를 대폭 줄이지 않으면 공급 과잉을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 외에 눈에 띄는 대책이 없다”며 “당분간 세계 선박 발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정부가 상황을 안이하게 생각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국 조선사들의 올 1분기 수주량은 총 17만1188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로, 15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중국은 물론 그동안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여기던 프랑스, 이탈리아에도 뒤졌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8분의 1, 전년 동기 대비 1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조선사가 보유한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 잔량도 2004년 4월 말 이후 최저치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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