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통폐합, 타박상 환자에 인공관절 처방하는 격" 쓴소리

입력 2016-04-26 13:46


(윤정현 증권부 기자) 해운·조선 등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조선소 통폐합은 한국의 조선업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한 증권사 연구원의 지적이 눈길을 끕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5일 ‘진정한 구조조정 방법은 따로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조선업의 통폐합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구조조정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담았습니다. 우선 전제계 조선소 수가 260개인데 한국 조선소 1, 2개를 줄인다고 해서 선박 시장의 수요, 공급 균형에 무슨 변화를 줄 수 있겠냐는 겁니다. 오히려 중국 조선업이 그 수혜를 보고 해외 선주사들은 구조조정을 빌미로 선가를 낮추라는 압력을 행사하려 들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 연구원의 지적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선업을 수주량으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잘못된 방법 때문에 한국 조선소들이 무리한 수주경쟁에 내몰리게 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실제 채권자나 투자자, 정부와 조선업 평가기관까지 신규 수주가 조금만 늦어져도 조선업이 위기가 찾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그래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박수주량 감소 압박에 국내 조선소들은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수주를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원천 설계능력과 기술, 생산 인력도 없는데 불어나는 수주만 보고 많은 이들은 한국 조선소들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는 제대로 인도 기일을 맞추지 못했고 실적 악화로 직결됐습니다. 박 연구원은 “선박 수주시황은 2010년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였다”며 “최근 3년간의 한국 조선소들의 수주잔고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대규모 적자를 경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주가 아니라면 무엇으로 평가를 해야 할까요. 박 연구원은 조선업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도 실적’이라고 단언합니다. 단위 시간당 인도량을 늘려야 도크 효율성이 높아지고 현금흐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수주실적은 가격을 낮추고 조건을 포기하면 연간 수주목표를 한달 안에도 다 채울 수 있다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수주량이 없어서 망한 조선소는 없었다”는 말이 특히 와 닿습니다. 건조지연에 따른 인도량 감소가 현금자산의 유출을 불러와 수 많은 조선소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여전히 선박분야에서 막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해양 플랜트 수주잔고는 줄고 있고 선박 건조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실적 회복세도 보이고 있습니다. 선박 가지재 기업들도 하나, 둘 실적 턴어라운드를 하기 시작했고 현금흐름도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박 연구원이 “지금은 인공관절(조선업 통폐합)을 심을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그가 제안하는 조선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은 중소형 선박 시장의 개척, 중소 조선소로의 인력 재배치, 국내 해운사와의 상생 성장 전략, 중소 조선소들을 위한 상선설계 지원센터 운영 등입니다. 중소형 선박시장의 수요가 커져 중소 조선소들이 중형선박시장에 진입하면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고 조선업계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형 조선소의 인력들을 중소 조선소로 재배치하고 정부 주도의 상선설계 지원센터를 운영해 중소 조선소들의 성장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기존 사업 구조나 조직 구조를 보다 효과적으로 바꾸기 위해 하는 구조개혁 작업입니다. 단순히 회사나 사업부를 합치고 사람을 자르는 것만 구조조정은 아닙니다. 조선업의 구조조정 역시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둬야 앞선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끝)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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