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생활해봐야 사장으로도 성공할 수 있죠"

입력 2016-04-25 18:02
벤처창업학회에서 '혁신기업가대상' 받은 최은모 무진서비스 대표

제조업계 창업 활발하지만 IT분야보다 시간·비용 더 들어
"'나는 준비됐다'는 착각이 문제"


[ 이미아 기자 ]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라 하면 정보기술(IT)이나 서비스업만 떠올립니다. 제조업계에서도 창업이 매우 활발합니다. 성과가 날 때까지 최소 5~10년은 걸리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부각이 못 될 뿐이죠.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게 우리 사회 아닙니까.”

영국 TBS, 이탈리아 소베마와 더불어 배터리 제조설비 세계 톱3로 꼽히는 강소기업 무진서비스의 최은모 대표(58·사진)는 최근 서울 정릉동 국민대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 중 ‘나는 완벽히 준비됐다’는 착각에 빠진 경우를 많이 본다”며 “절대로 성급하면 안 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경청하고 스스로 객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지난 22일 국민대에서 열린 한국벤처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벤처창업학회가 주는 ‘혁신기업가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된 뒤 맞은 또 하나의 경사다. 그는 “‘악덕 사장’ 만나 고생한 임직원 및 가족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누굴 이기거나 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업계에서 살아남아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광주 숭의실업고(현 숭의고)를 졸업하고 화천기계공업에 입사해 10년간 공작기계부문에서 일한 최 대표는 1988년 무진서비스를 설립했다. “당시는 공장자동화 설비 수요가 점점 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우연히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에 견학 갔다가 ‘이거다’ 싶었죠. 자동차 수요가 늘면 자동차 배터리도 많이 쓰일 텐데, 그땐 배터리를 생산하는 설비기계 대부분을 미국 영국 일본에서 수입했거든요.”

1994년 장비 국산화 성공 후 업계 최초로 수주 시 설비 설치와 시운전, 사후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방식을 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처음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했어요. 보통 설비 한 개의 사용 기한이 10~15년입니다. 기업들은 한 번 설비 수주계약을 맺은 곳과 계약을 지속하기 때문에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우고, 설비 라인을 쓰는 실무 근로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어요. 연구개발(R&D) 분야에 기계설비 비(非)전공자를 채용한 것도 전공자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관찰할 수 있는 세밀함과 창의력 강화를 위해서죠.”

최 대표가 창업 성공을 위한 조건으로 첫손에 꼽은 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남의 밑에서 직원 생활을 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3 시절 담임 선생님이 ‘짜장면 장사를 해도 3년은 다른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훈련해야 한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며 “기업 운영 시스템을 익히고, 현실성 있는 꿈을 키우며 창업 시 ‘비빌 언덕’을 만들 기회를 얻으려면 사회 경험을 먼저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아이디어는 하늘에서 저절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몸으로 직접 부딪쳐 봐야만 자신이 창업을 꿈꾸는 분야에서 무엇으로 승부할지 감이 옵니다. 무턱대고 ‘사장’이 되고 싶다는 꿈에 부풀어 회사를 세웠다간 무조건 망합니다. 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야 얼마든지 잘 갖춰져 있죠. 그렇지만 스타트업 100개가 세워진다면 그중 20년 이상 지속될 곳은 2~3개뿐인 게 현실입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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