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빠들이여, 학교에 가라

입력 2016-04-25 18:01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


‘자녀 교육에 중요한 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란 말이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현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데 삼남매를 둔 필자는 ‘아빠의 무관심’에 대해 할 말이 있다.

과거 신한은행 미국 지점에서 근무할 때였다. 가족 모두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던 어느 날, 학교에서 면담 요청 통지문이 왔다. “늦더라도 꼭 방문해달라”는 말에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걱정이 앞섰다. 걱정과 달리 선생님은 아이의 장점을 하나씩 짚어주며 빠른 적응을 위해 가정에서 신경 써야 할 점을 알려줬다. 깊은 신뢰가 생겼고, 학교생활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귀국 후에도 1년에 두세 번 학교를 찾았다. 초임 지점장 시절엔 인근의 모 고등학교 운영위원을 맡았다. 물론 아빠가 학교에 가는 게 흔한 광경은 아니다. 요즘처럼 여자 선생님이 많은 현실에서 서로 어색할 수 있다. 자칫 ‘엄마도 모자라 아빠까지 나선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목적의 방문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가정에서 보는 자녀 모습?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자녀의 변화를 학교에서 먼저 알아채고 연락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동의와 지지 아래 부모의 교육관이 더욱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작은 관심이지만 아빠의 참여는 학교와 사회, 가정이 함께 자녀 교육을 책임지는 선순환 구조의 시작점이 된다.

다행히 필자의 세 자녀는 큰 문제 없이 잘 자라줬다.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움과 보람을 느낀다.

요즘 많은 기업이 블루오션을 찾아 나선다. 창의적인 시도로 개척한 신시장에서 좀 더 많은 수익과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아빠의 학교 교육 참여는 자녀 교육에 있어 블루오션이다. 사교육 시장처럼 경쟁이 치열하거나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시간을 투자하면 된다.

자녀 교육을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지났다. 학교와 가정이 긴밀히 소통하고, 아빠가 한 축을 든든히 받쳐줘야 아이가 균형있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자녀 교육에 꼭 필요한 것은 ‘아빠의 무관심’이 아니라 ‘큰 관심’이다. 아빠들이여, 학교에 가라!

조용병 < 신한은행장 0318cyb@shinhan.com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