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동맹 '빅2' 재편 속
한진해운·현대상선 새 연합체 참여 6월 결판
퇴출 땐 부산항 직격탄…고용 등 피해규모 연 4조
[ 오형주 기자 ]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에서 해운동맹 유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의 재편 과정에서 양대 국적선사가 소외되면 국내 해운업이 붕괴해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재편되는 해운동맹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달 중순 해운동맹 ‘G6’에 “용선료와 사채권자 협상이 마무리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을 책임지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24일 “한진해운의 자율협약보다 더 중요한 건 해운동맹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해운동맹을 구조조정의 핵심 조건으로 언급한 것은 해운업계가 거대 해운동맹 위주로 움직인다는 점 때문이다. ‘2M’ ‘G6’ ‘오션3’ ‘CKYHE’ 등 4개 동맹이 주요 원양 항로의 99%를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저유가와 물동량 감소 등으로 극심한 불황에 빠지자 기존 동맹 구도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CGM이 13위인 싱가포르 APL을 전격 인수한 일이 신호탄이었다. 지난 20일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등이 새로운 해운동맹인 ‘오션 얼라이언스’ 출범을 선언했다.
숨가쁘게 이뤄진 글로벌 해운선사 간 합종연횡에 따라 기존 4개 해운동맹은 덴마크 머스크라인·스위스 MSC가 속한 ‘2M’과 오션의 빅2로 재편됐다. 한진해운이 속한 CKYHE와 현대상선이 속한 G6 등에 남은 선사는 새로운 동맹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6월이면 제3의 해운동맹에 참여할 수 있을지 결판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항 환적량 감소 불가피
국적선사가 해운동맹 재편에서 배제되면 당장 지난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세계 6위를 차지한 부산항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운동맹 선사가 없는 부산항을 다른 동맹 선사가 환적지로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적물량이 부산에서 중국 상하이나 일본 오사카로 떠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4대 해운동맹이 2014년 부산항 신항과 북항에서 처리한 물량은 1235만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한 개)로 전체(1865만TEU) 물량의 66.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항의 물동량 상승에는 환적화물 급증이 큰 역할을 杉? 2010년 627만TEU였던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은 2014년 942만TEU로 50% 증가했다.
또 국적선사가 동맹에서 퇴출되면 유럽과 미주 노선을 잃어버린다. 한진과 현대 등의 해운동맹을 통한 매출 비중은 6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운 항만 등의 고용 감소 효과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연간 3조9854억원에 달할 것으로 한국선주협회는 추산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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