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므두셀라 나무

입력 2016-04-24 17:44
수정 2016-04-25 05:3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 고두현 기자 ] 세계 최고령 나무의 나이는 4847세라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인요 국립 삼림지에 있는 히코리나무. 일명 ‘므두셀라’다. 1957년 과학자 에드먼드 슐먼이 생장추를 이용해 나이를 측정한 뒤 성서에서 969살까지 산 것으로 묘사된 노아의 할아버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미국 산림청은 이 나무의 정확한 위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 나이 많은 나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불과 50여년 전 4900년 된 나무가 잘려나간 ‘악몽’ 때문이다. 1964년 지리학 전공 대학원생이 연구 도중 네바다 그레이트 배신 국립공원에 있던 최장수 나무 ‘프로메테우스’를 벌목한 사건 후 모두 입을 닫아버렸다.

‘므두셀라’보다 더 오래됐다는 나무 얘기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2008년 스웨덴 달레칼리아에서 발견된 가문비나무의 나이가 약 7800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빙하시대 이후 싹을 틔운 지구 최초의 나무라는 수식어도 따랐다. 물론 비공식 기록이다.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해도 측정 방법에 따라 ‘고무줄 나이’가 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이에 비해 키나 몸집은 금방 확인된다.

가장 키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세쿼이아 ‘하이페리온’으로 115m가 넘는다. 수령은 약 800년. 둘레가 굵은 나무로는 멕시코 오악사카에 있는 몬테주마 사이프러스가 으뜸이다. 밑동 둘레가 48m로 어른 24명이 손을 맞잡고 함께 안아도 버거울 정도다. 몸집이 가장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이언트 세쿼이아 ‘제너럴 셔먼’. 키 83.8m에 부피가 1500㎥나 된다. 목재로 사용하면 단독주택 40채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운반에 필요한 덤프트럭만 2770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강원도 정선 두위봉 주목(천연기념물 제433호)이다. 세 그루 중 가운데 나무의 수령이 약 1400년으로 추정된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란 말이 실감난다. 주목은 한국, 일본, 북중국 등에 사는 상록 교목으로 높은 산악지대나 추운 지방에서 주로 자란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도 1100년 넘은 것으로 유명하다.

은행나무와 메타세쿼이아는 공룡시대부터 있었다 해서 화석식물로 불린다. 나이테만큼 거기에 얽힌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지구상의 나무는 대략 10만종. 그중 절반 이상이 열대 지역에서 자란다. 식물학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서 학자들은 새로운 종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인미답의 원시림에선 또 어떤 나무 이야기들이 나올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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