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이어 한진해운 운명도 산업은행 손에…합병이냐, 법정관리냐

입력 2016-04-22 18:16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한진해운

해운업 구조조정 급물살
5조 넘는 빚에 좌초 위기
채권단 내달 초 관리 시작

대주주·사채권자 손실분담
용선료 재협상도 필요


[ 김일규/안대규 기자 ] 한진해운이 22일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지난달 29일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과 함께 양대 해운사가 모두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게 됐다. 채권단은 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자율협약을 개시할 예정이다.

두 해운사 모두 최대 채권은행이 산업은행으로, 두 해운사의 운명이 산업은행 손에 달리게 됐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구조조정을 거쳐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채권단 및 정부 지원을 받아 각각 정상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만큼 어렵다”

한진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한진해운을 채권단 손에 맡기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스스로 회생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자산 매각과 비용 감축 등을 통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련했지만 채권단은 부족하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비록 지난해 한진해운이 소폭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재무리스크가 현대상선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위기에 빠진 것은 물동량이 줄고 해운 운임은 폭락한 상황에서 엄청난 용선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어져서다. 돈을 벌어도 용선료(선박 대여료)를 내면 남는 게 전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해외 선주들에 현대상선은 1조8700여억원을, 한진해운도 1조원이 넘는 용선료를 물었다. 2010년을 전후로 업황이 좋았을 때 비싼 값에 선박을 빌린 탓이다.

이런 가운데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서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대상선은 이달 초 만기가 돌아온 12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갚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오는 6월 19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만기가 도래하는데, 상환 여부가 불투명하다. 회사의 전체 차입금은 오히려 한진해운이 더 많다. 한진해운 차입금은 5조6000억원, 현대상선은 4조8000억원 규모다. 더 큰 문제는 두 회사가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경쟁 우위의 해운사 중심으로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흐름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사채권자 손실 분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은 사실상 채권단이 유도한 것이고 현대상선과의 형평성도 있어 개시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자율협약 개시는 채권단 100% 동의가 필요하다.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조건부 자율협?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출원리금 상환을 3개월가량 유예해준 뒤 대주주 사재출연 및 감자 등을 통한 손실 분담과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출자전환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앞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300억원의 사재를 현대상선에 출연하는 형태로 손실을 분담했다.

◆높아진 합병 가능성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회생의 관건은 모두 해외 선주와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 달려 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두 회사 모두 용선료 인하에 성공해 각각 채권단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이 경우 두 회사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피할 수 있게 된다.

용선료 인하에 성공해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두 회사의 최대주주는 모두 산업은행이 된다. 산업은행은 가급적 두 회사가 각각 정상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두 회사를 모두 살리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산업은행 주도로 두 회사를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그러나 용선료 인하에 실패하면 채권단 자금이 해외 선주로 흘러가기 때문에 채권단으로선 추가 지원하기 어렵다.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일규/안대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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