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 소요는 첩첩인데 건전재정 약속 지켜지겠나

입력 2016-04-22 17:49
정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2016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재정 건전화를 위한 방안들을 마련했다. GDP 대비 중앙정부 채무한도 설정, 입법 때 재원조달 방안을 의무화하는 ‘페이고(pay-go) 제도’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한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교육재정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누리사업 등 국가사업에 우선 지원하기로 하는 내용들이다. 15조8000억원 규모의 정부 일자리사업 개편 등 부처별로 10개 분야에서 재정개혁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이런 방안을 토대로 내년 예산안과 2020년까지의 5년간 재정운용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또 옳은 방향이다. 올해 복지예산 규모가 123조원으로 GDP의 31.9%나 되고 보면 정부가 재정을 아껴쓰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당장 재정 건전화라는 구호를 의심케 하는 요소도 많다. 재정 부담이 엄청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코앞의 과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선순위인 조선, 해양만 해도 재정이 얼마나 들어갈지 모른다. 더구나 정치권이 특단의 실업대책을 요구하고, 고용재난지역·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까지 거론되는 상황이고 보면 생계비와 실업수당 연장, 전직 훈련비 등 많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뒤이어 철강, 건설 등의 구조조정도 예고돼 있다. 구호는 좋지만 걱정부터 앞선다.

산업은행은 BIS비율 10%를 채우기조차 어려워 한국은행 발권력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어제 청와대 회의에선 재정위험에 대한 선제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구조조정은 언급조차 없었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작년 기준으로 GDP의 37.9%로, 외국에 비해 양호하다며 재정에 문제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재정으로 할 일을 공기업에 떠넘겨 실질적인 국가채무가 GDP의 70%에 육박하는 것이 사실이고 광의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1284조원으로 불어나 있다. 재정이 건전하다면서 한은 발권력을 동원해야 하고 경기침체 대응을 위한 재정지출은 아직 꿈도 못 꾸고 있다. 무언가 정부의 말이 겉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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