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초선, 상경계열이 '법대당' 제쳤다

입력 2016-04-22 17:33
수정 2016-04-25 14:14
커버스토리 -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학력 분석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13명…고려대 행정학과도 9명 달해

당선자 98% 4년제 대학 나와
"민의 대변하는 국회의원, 인적구성 더 다양해져야" 지적


[ 임현우 기자 ] 4·13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된 20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서울대 법대(옛 행정학과·사법학과 등 포함) 출신이 2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경제학과(옛 무역학과·국제경제학과 등 포함)가 13명, 고려대 행정학과 9명, 고려대 법학과 7명, 연세대 정치외교학과가 6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22일 총선 당선자의 출신 대학과 전공(학사 기준)을 분석한 결과다. 서울대 법대 출신 국회의원이 많은 것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법대 동문만 뭉쳐도 ‘서울법대당’이라는 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올 정도다.

전체 당선자들의 전공은 법학이 61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초선(132명)은 경제·경영·무역학을 전공한 사람이 24명으로 법학(22명)보다 많았다.


5개大 출신이 60% 육박…'서울법대黨' 여전히 제1당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는 새누리당의 이주영(5선), 나경원 유기준(4선) 의원 등 중진을 비롯해 초선인 강효상 정종섭 당선자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희상 이석현(6선), 이종걸(5선), 김진표 오제세 진영(4선) 의원 등과 금태섭 박주민 서형수 송기헌 조응천(초선) 당선자가 동문이다. 국민의당에는 6선 천정배 공동대표, 4선 김동철 박주선 조배숙 의원, 초선 박주현 이상돈 이용주 당선자가 있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여상규 의원(새누리·3선)은 “입법기관에 법률 분야 전문가가 많이 진출하다 보니 생긴 현상 아니겠느냐”며 “숫자가 많긴 하지만 원래 우리 과가 똘똘 뭉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국회에서 따로 동문 모임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조당’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20대 당선자의 학부 시절 전공은 법학이 6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제·경영·무역학 48명, 행정학 33명, 정치·외교학 30명, 어문 계열 23명 등이 뒤를 이었지만 초선 당선자는 경제·경영학·무역학을 전공한 사람이 24명으로 법학 전공자(22명)를 제쳤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중에는 잘 알려진 ‘경제정책통’이 많다. 새누리당의 김세연 이종구 의원과 이혜훈 당선자, 더민주 심재권 의원, 국민의당 장병완 의원, 무소속 유승민 윤상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초선 김종석 송석?윤상직(새누리) 김정우 김한정(더민주) 당선자도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고려대 행정학과는 박순자 이종배(새누리) 박남춘 의원(재선·더민주) 등 9명, 고려대 법학과는 정세균 전해철(더민주) 함진규(새누리)의원 등 7명,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는 변재일 김현미(더민주) 박대출(새누리) 의원 등 6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또 성균관대 행정학과에서 강길부 의원(무소속) 등 5명,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진석 의원(새누리) 등 5명의 당선자가 나왔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인적 구성도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쉽게 바뀌진 않고 있다. 전체 당선자의 98%(296명)가 4년제 대학 이상을 나왔다.

출 신 대학(학사 기준)은 서울대 81명, 고려대 37명, 성균관대 27명, 연세대 23명, 이화여대 8명 등의 순이었다. 역대 총선 당선자 중 이들 5개 대학 출신은 18대 182명(60.7%), 19대 162명(54%)에 이어 이번 20대에 176명(58.7%)으로 6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건국·중앙·한양대가 각 7명, 경희·부산·영남·전남대 각 6명, 한국외국어대·방송통신대 각 5명, 동국·울산대 각 4명, 단국·경찰대 각 3명이었다.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고학력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여야 정당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인물’에 괴리가 큰 점은 문제”라며 “선거 때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면서 정작 그 약속을 실행할 사람은 엘리트 일색으로 채우는 것은 공약 이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