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
제이컵 솔 지음 / 정해영 옮김 / 메멘토 / 456쪽 / 2만2000원
[ 김희경 기자 ]
‘태양왕’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금박으로 장식된 작은 장부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수입과 지출 등을 빼곡히 적은 회계 장부였다. 회계에 관심을 기울인 최초의 전제군주였던 그는 재정상태를 꼼꼼히 살펴 나라 살림을 탄탄히 했다. 그랬던 그가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자신에게 잔소리하던 재무총감 콜베르가 죽자 회계장부 기록을 중단한 것이다. 그러고는 궁전을 화려하게 꾸미고 전쟁을 벌여 국가 재정을 파탄에 빠뜨렸다.
루이 16세 시대가 되자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왕실과 국민의 3%에 불과한 귀족이 전체 국부의 90%를 차지했다. 재무총감 네케르가 왕실 재무 보고서를 공개하자 대중은 이들의 방탕함에 분노했고, 결국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는 이 같은 권력과 문명의 흥망성쇠 속에서 회계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살펴본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700여년의 세계사는 두 얼굴을 지닌 회계와 함께 많은 변화를 겪었다.
책을 쓴 제이컵 솔은 역사학자이자 회계학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두 분야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그는 회계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들며 “회계는 지도자들이 정책을 만들고 권력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재무적 책임성이란 과업과 멀어지면 파멸의 길로 이끌게 된다”고 경고한다.
루이 14세, 16세를 통해 알 수 있듯 전제군주들은 투명한 회계를 두려워했다. 막대한 부채를 공개하면 위험하다고 여겼으며 군주제의 비밀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하지만 ‘복식부기 회계’가 생기면서 근대 자본주의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복식부기는 이익, 손실 등을 빈틈 없이 계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염소를 팔 때마다 수익은 왼쪽에, 판매한 상품은 오른쪽에 기입한다. 그런 다음 이익이나 손실의 합을 즉석에서 결산한다. 하나의 거래가 간단하게 끝나고, 이익과 손실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이다.
현대에 와선 회계 시스템이 더 잘 갖춰졌다. 하지만 부정은 흔하게 일어나고,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1950년대 미국 회계법인들은 거래 기업을 위해 거짓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이 때문에 거대 회계 스캔들이 잇따라 발생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부실한 회계가 사회 전체를 어떻게 붕괴시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가치가 과대평가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묶어서 만든 자산담보부증권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대중은 회계 회사가 올바르게 감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규제 당국 등도 이 복잡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길을 잃었다.
이 같은 오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회계를 문화의 일부로 활용하고, 시민적 인문주의와 결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가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가 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당시 은행가와 상인들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철학 등 인문학을 꾸준히 공부했다.
네덜란드에서 금융이 발달한 것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는 학교에서 회계를 가르치고, 동시에 책임성을 다룬 종교적인 글을 끊임없이 접하게 한다. 저자는 “회계를 문화 안에 녹여내고 세속적 수치들로부터 종교적·문학적 의미를 발견한다면 국가와 사회는 번영을 거듭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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