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내분 속 2야 '정책 차별화' 잰걸음
더민주 "이념 탈피해 정책정당 분위기 조성"
안철수 "정부가 구조개혁 골든타임 놓쳤다"
[ 손성태 기자 ]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제정책 선점 경쟁이 불붙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의 후유증으로 내분에 휩싸인 가운데 두 야당은 정책 경쟁으로 차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더민주는 2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날 ‘조건부 찬성’ 견해를 밝힌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후속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규모 실업 등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및 입법화 작업을 전담할 당내 구조조정 전담기구 설치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국 주도권의 향방이 경제정책에 달렸다고 판단, 공석인 당 정책위원회 의장 인선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위 의장 후보에는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당선자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이란 단어 자체를 금기시했던 당내 분위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실물경제를 챙길 수 있는 수권 ㅄ瑛?이미지가 중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핵심 관계자는 “과거엔 소수 강경파에 당이 끌려다녔지만 이젠 낡은 이념에서 탈피해 표를 늘릴 수 있는 정책정당으로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우리 당의 수권 능력과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방식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입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 기업도 거의 도산 위기인 것을 외면할 수 없다”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빨리 (구조조정을 위한) 초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보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을 당론으로 반대했던 더민주가 구조조정 효율성 문제까지 꺼내든 것이다.
국민의당도 연일 경제이슈를 꺼내들면서 더민주와 경쟁하고 있다. 전날 더민주의 구조조정 조건부 찬성에 ‘구조개혁론’으로 맞불을 놨던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이날 “경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정부는 국회 탓만 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며 “보다 근본적 구조개혁을 선도해야 할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당장 드러난 실업, 불경기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닥쳐올 위기도 넘어설 수 없다”며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참여하는 ‘경제대화’를 열자고 제안했다.
안 대표는 “미래 일자리 사업에 국회가 먼저 나서야 한다”며 국회에 미래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긴급 제안했다. 미래일자리위원회는 미래에 유망한 직종을 발굴하고 이들 일자리에 필요한 교육과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안 대표는 또 “청년들이 자금이 부족하거나 실패하면 재기를 못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창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혁신적인 청년창업 지원제도 마련도 촉구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정책 경쟁과 별개로 공조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장병완 국민의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 경제에 도움되는 것이라면 모두 두 야당이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