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 한양대 교수 >
기업은 고정금리채나 변동금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일수록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가령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 A와 낮은 기업 B는 3년 만기 회사채 발행 시 고정금리로는 각각 연 4%와 7%로, 변동금리로는 1년물 리보(LIBOR)에 각각 가산금리 1%와 2%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리보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대표적 단기금리로 매일 변한다). 이처럼 고정금리든 변동금리든 A의 자금조달 비용이 B의 그것보다 낮은데 편의상 A, B는 어느 금리로 조달하든 무차별하다고 가정하자.
흥미롭게도 A, B가 이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기회가 존재한다. 가령 원금 100억원인 3년만기 회사채를 A는 연 4%의 고정금리로, B는 (리보+2%)의 변동금리로 채권시장에서 각각 발행한다 하자. 그러면 A와 B는 채권보유자에게 3년 후 100억원의 원금과, 3년간 매년 말 4억원과 “2억원 + 100억원×리보값”을 각각 지급한다. 후자의 경우 통상 연초 리보값을 연말에 지급하므로 B는 1년 후 적용될 최초 리보값은 오늘 알 수 있지만, 2년(3년) 후 적용될 그것은 오늘 알 수 없다.
이제 A, B 상호간 일정 계약을 맺는다 하자. 즉 원금 100억원에 대해 매년 말 A는 B에게 리보만큼의 금리를, B는 A에게 4%의 금리를 지급하는 계약을 맺는다. 이처럼 두 당사자간 변동금리와 고정금리를 상호 지급하는 계약을 이자율 스와프(interest rate swap)라 한다. 참고로 스와프란 교환을 뜻한다.
이자율 스와프 결과 3년간 매년 말 A가 지급해야 할 연이자율은 4%+리보-4% = 리보(%), B는 (리보+2%) + 4%-리보 = 6%가 된다. 즉 A(B)는 애초 변동(고정)금리로 채권 발행시 적용될 “리보+1%”(7%)보다 작은 금리를 부담하게 된다. 어떻게 이런 마술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19세기 고전파 경제학자 리카도가 주장한 비교우위론 때문이다. A(B)가 자신에게 “상대적” 우위가 있는 고정(변동)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후 적절한 조건으로 서로 이자를 교환하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
아자율 스와프의 원리를 일상에 적용할 수도 있다. 호텔 셰프인 남편과 공무원인 아내가 있고, 집안일은 요리와 (여성에게 매우 힘든) 청소 두 가지만 있다 하자. 집안일을 각자 하나씩 맡아야 한다면 남편은 청소, 아내는 요리를 맡는 것이 지혜롭다. 남편이 둘 다 더 잘하지만, 아내는 청소보다는 요리를 덜 못하기 때문, 즉 상대적으로 요리를 더 잘하기 때문이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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