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포럼] "원격의료는 영리병원과 상관없어…경험 쌓아야 해외시장 선점"

입력 2016-04-20 18:25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野 의료 영리화 주장 반박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 장관인 나도 뭔 말인지 모르겠다

바이오·헬스산업 키운다
제약사 R&D역량 강화 위해 임상시험에서도 세제혜택 추진

국민연금 고갈 대책은…
보험료율 장기적으로 올려야…인상폭·시기는 더 따져볼 것


[ 심성미/조미현/오형주 기자 ]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하나는 ‘원격의료의 본격적 시행’. 그는 “원격의료를 제도화하고 제약 등 의료산업을 육성해 올해 관련 일자리를 5만개 이상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원격의료 참여 기관을 148개에서 400개 이상으로 늘려 만성 질환자와 노인, 특수지역 근무자가 원격의료의 장점을 체감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의료 시스템 수출’이라는 주제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장관?“올해부터 한국 의료 시스템의 해외 수출을 가시화할 것”이라며 “피부과나 성형과목에 국한하지 않은 전문 병원 시스템을 수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올해 세브란스병원이 중국 신화진그룹과 손잡고 오는 5월 중국에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할 예정”이라며 “서울대병원도 위탁 운영 형태로 중국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의 주제발표 후 이뤄진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이왕준 명지의료재단 이사장=한국은 의료기술과 정보기술(IT) 수준이 최고인 만큼 원격의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동네병원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의료 민영화의 전초가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는데, 의료와 IT를 융합한 산업에 제동이 걸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정 장관=원격의료는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게 맞다. 최근 의료 민영화와 의료 영리화를 혼동해 사용하고 있다. 의료 민영화란 단어는 복지부 장관인 나도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이미 한국 병원 중 90%가 사립병원이다. 다만 건강보험 시스템이 잘 돼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는 도서벽지나 노인,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다. 공공의료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쓰자는 것이지 의료 체계를 민영화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 장관=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국회에서 오랫동안 논의해온 과제다. 재산 기준으로 건강 보험료를 부과하는 기존 방식을 撚?중심으로 개편하는 방향이 맞다고 본다. 그렇게 바꿨을 때 국민 전체의 보험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소득은 안 늘었는데 보험료가 오르거나, 저소득층에서 갑자기 보험료를 많이 내야 하는 상황이 발견되고 있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이 교수=복지부가 내놓은 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이 실망스럽다. 1, 2차 계획과 큰 차이가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정 장관=1, 2차 계획이 투자 대비 소득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3차 계획을 세울 때는 만혼 현상과 결혼 여성의 출산 기피문제에 집중했다. 빨리 결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거 문제와 일·가정 양립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도 수정할 여지는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한국 주력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미래 산업으로 최근 각광받는 게 바이오헬스 분야다. 고부가가치 산업인 데다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정 장관=한국은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현재 13위다. 이 순위를 7위까지 올리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 제약회사가 연구개발(R&D)에 충실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을 늘리려고 한다. 지금까지 바이오 의약품은 임상 전(全) 단계에 대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한미약품이 만약 임상3상까지 마쳐 제품을 시장에 내놨으면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었을 거다. 임상3상엔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일단 바이오 의약품 임상1·2상 쳬瓦?세제 혜택(20%)을 주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막대한 R&D를 통해 개발에 성공한 신약에 대해 현실적인 약가를 책정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약가가 많이 낮았다.

▷전 교수=국민연금이 2060년이면 고갈된다. 9% 수준인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본다. 인상 폭과 시기는 어떻게 보고 있나.

▷정 장관=기금이 고갈되기 전에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 다만 인상을 얼마나 할 것인지,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는 기금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인상 여부를 따지기 전에 지금과 같은 부분적립 방식을 그대로 가져갈 건지, 부과 방식으로 기금 형태를 바꿀 것인지도 원점에서 검토해 내년에 결정할 예정이다.

▷전 교수=국민연금은 주식시장 ‘큰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주식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내부 평가 기준이 매년 바뀌거나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기업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정 장관=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은 간단하다. 주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행위에는 찬성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면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한다.

▷현오석 국립외교원 석좌교수(전 부총리)=의료산업 생산성을 높이려면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정 장관=공감한다. 의료 분야 중 신산업 분야에서 필요없는 규제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조만간 많은 규제를 풀려고 한다.

▷현 전 부총리=경제정책을 펼 때 ‘평균’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례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사정에 처해 있는 이들을 모두 구제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에는 기술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전수 조사하는 데도 예전만큼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정책을 세울 때 평균에만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때가 왔다.

▷정 장관=빅데이터가 의료에서도 중요한 분야가 될 거라고 본다. 건강보험 데이터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어떻게 공유하거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장종현 리마 대표=제약산업을 활성화하려면 제약 R&D 정책을 확실하게 짜야 한다고 본다. 바이오산업 신약개발에서 제약사가 주체가 된 건 20%뿐이고 학계가 70~80%를 담당하고 있다. 화이자 역시 학계와 연계한 R&D 프로젝트가 활발하다. 한국 제약산업도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정 장관=한국 정부도 이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한미약품 역시 그런 케이스 중 하나다.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복지부의 저출산 대책은 ‘결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맞는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결혼율이 30% 정도지만 한국보다 출산율은 더 높다. 결혼을 안 하더라도 출산이 가능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중요한 것이다. 임신 중절 건수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 해 50만~200만건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입양 제도를 본격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정 장관=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 양육수당을 현재 15만원에서 2017년까지 20만원으로 올리려고 한다. 지원대상 연령?현재 16세에서 2019년까지 18세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혼모를 위한 전용 시설이나 임대주택 지원도 늘리려고 한다.

▷이 교수=최근 무상보육·급식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시스템을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20대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은 뭔가.

▷정 장관=성장과 복지는 조화를 이뤄야 한다.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복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시스템에서는 보편적 복지 이념을 적용해야 할테지만, 장애인 취약계층 의료급여나 기초생활보장 부문에서는 선별 복지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무조건 보편적 복지 주장하기보다는 각 계층의 필요에 맞는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한국 의료는 세계적 수준이라고 하지만 소위 ‘빅5’ 대형병원은 모두 적자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산업계를 쥐어짠 결과다. 낮은 의료보험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심성미/조미현/오형주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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