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얼빠진 사이 '구조조정'까지 치고나온 더민주…"부실기업 털고 가야"

입력 2016-04-20 18:18
경제이슈 선점 나선 더민주

금기 깨며 '경제정당' 부각

최운열 당선자는 '친기업 전환' 역설
기업 적대시하면 경제 살리지 못한다
부자들 돈 쓸 수 있는 분위기 만들고
서비스법에 의료 분야도 포함시켜야


[ 손성태/유승호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에 협력 의사를 내비치는 등 기존의 야당 기조와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경제정책 화두 선점에 나섰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겨냥해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란 게 정가의 해석이다.

김 대표는 20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실업대책을 전제로 “제대로 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실업사태 등을 우려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던 과거 야당의 정책노선과 사뭇 다르다.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상황실장을 맡았던 최운열 비례대표 당선자는 “예전엔 야당이 구조조정 얘기 자체를 금기시했지만, 그래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일시적으로는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훨씬 불리한 정책이란 게 김 대표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1차 구조조정 타깃으로 삼는 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낼 수 없는 한계기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당선자는 “정부와 금융권이 미적대면서 생명을 이어가는 부실기업이 수두룩하다”며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 미만인 기업을 솎아내 자금과 인력을 재배치해야 경제가 성장동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조선산업 등에 부실한 기업이 많다”며 “중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쓸데없는 유휴시설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금보다 구조조정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손봐야 한다”며 “원내대표단 협상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최 당선자는 이날 더민주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당의 경제정책 방향을 ‘친기업’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날 밤 김 대표가 최 당선자에게 긴급 강연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당선자는 “더민주는 기업을 옥죄고 경제를 옥죄는 정당이라는 오해를 받는다”며 “우리도 친기업이어야 하고 기업을 배타시해선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규제, 법인세 인상 등을 주장해온 더민주의 기존 정책 기조와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최 당선자는 “당신 친기업이냐고 물으면 망설일 것”이라며 “기업을 악덕 대주주와 동일시하기 때문인데 이런 것에 대해 이론적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당선자는 부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돈 가진 사람을 죄악시했는데 돈 있는 사람이 돈을 기분 좋게 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며 “어떻게 이런 분위기를 만들지가 과제”라고 지적했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선 고용 안정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최 당선자는 “인건비 수준은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결정되는데 기업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기업이 있어야 고용도 있기 때문에 고용 유연화와 고용 안정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당선인은 “고용을 늘리는 방법을 서비스산업 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며 금융, 교육, 관광, 물류와 함께 의료 분야를 서비스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더민주는 서비스법에 의료 분야를 포함시키면 의료 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반대입장을 고수해와 논란이 예상된다.

손성태/유승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