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할리우드 영웅들 대혈투…스릴과 긴장의 파노라마

입력 2016-04-19 18:20
27일 개봉


[ 유재혁 기자 ]
초인 영웅인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혈투를 벌인다. 온 힘을 다해 상대편을 때려눕힌다. 아이언맨이 캡틴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캡틴 편이던 윈터솔저에게 역공당한다. 쓰러진 아이언맨의 심장부 에너지원에 캡틴이 방패로 찍으며 승부는 일단락된다.

할리우드 대작 ‘어벤져스’ 시리즈 3편 격인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루소 형제 감독·27일 개봉)의 절정부는 악당과 영웅의 대결이 아니라 영웅들 간 싸움으로 그려진다. 이 싸움은 어벤져스를 관리하는 시스템인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시행하겠다는 UN의 선언으로 촉발된다. 어벤져스가 악당들과 대결할 때 도시가 파괴되고 무고한 인명이 죽거나 다치자 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아이언맨과 블랙위도, 스파이더맨 등은 이 방침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만 캡틴과 호크 아이 등은 거부했다.

두 패로 갈라진 영웅들의 대결은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다채로운 사유의 길을 안내한다. 초인 영웅들의 여러 가지 무기와 액션은 관객의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스파이더맨, 윈터솔저, 앤트맨, 블랙 팬서, 워 머신, 호크 아이 등 10여명의 슈퍼 히어로가 서로의 무기를 동원해 상대를 때려눕히는 장면은 흥미진진하다.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어서 시종 긴장감을 유지한다. 악당의 간계로 영웅들끼리 충돌한 이야기다. 상대편 시선으로 보면 영웅도 악당일 뿐이다. 이런 복잡한 심경의 줄타기를 반영한 에피소드들 때문에 다음 장면을 예측하기 어렵다.

극중 슈퍼 히어로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만사를 쉽게 해결하면서 살아가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 나름의 시련과 문제를 안고 산다. 힘이 세진 만큼 의무가 많아지고, 문제도 복잡해진다. 선악의 분별도 더 어려워진다. 힘의 무게만큼 문제와 고민도 커진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지위나 재산이 높고 많을수록 고민과 문제도 커진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영화에는 거대한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다. 평범한 악당이 영웅의 약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엄청난 재난을 초래한다. 영웅들끼리 싸우는 이유는 처음에는 감독 시스템에서 비롯하지만 나중에는 분노와 복수심으로 발전한다. 영웅의 약점을 악이 파고들기 때문이다. 어릴 때 부모가 피살된 아이언맨의 약점은 복수심이란 트라우마다. 악은 인간의 약한 곳에서 자라난다.

영웅들의 모임인 어벤져스가 지닌 근원적인 문제도 제시한다. 팀워크는 집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데서 유지된다. 캡틴은 자신의 이기심을 고백한다. 어벤저스 영웅들의 단합도 개개인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란 얘기다. 불행히도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파멸이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이기심이란 차악(次惡)은 눈감아줘야 하지 않을까.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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