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의 애장품' 메자닌 펀드, 年 10% 안팎 수익 꾸준

입력 2016-04-19 17:19
사모 메자닌 펀드 꾸준한 인기
CB·BW 등에 투자…주가 오를땐 주식으로 전환
펀드 설정액 9600억 안팎… 5000만원 이상 가입
부실한 CB·BW 많아 운용사 잘 골라서 투자를


[ 송형석 기자 ]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상품이 있다. 자산가들의 애장품으로 불리는 사모 메자닌 펀드다. 이 상품은 최근 5~6년간 꾸준히 연 5~15%의 수익을 냈다.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빌리기 어려운 기업이 발행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가 이 펀드의 주된 투자 대상이다. 주요 상장사의 지난해 실적이 공개된 3~4월에 신규 메자닌 펀드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메자닌 펀드 전성시대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B, BW, EB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의 설정액은 9600억원 안팎이다. 순수 메자닌 펀드만 따지면 4000억원어치 안팎이 팔린 상태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자산가들이 메자닌 연계 상품의 투자 비중을 늘린 결과다. 심형보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송파본부점 PB는 “자산가 중 상당수가 메자닌을 중·저위험 자산으로 간주한다”며 “투자 포트폴리오의 10~20% 정도를 메자닌으로 담는다”고 말했다.

메자닌 펀드는 대부분 사모다. 투자자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투자금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공모 형태로 메자닌 펀드를 만들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메자닌은 투자 후 1년 이상이 지나야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는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환매 대응에 응하기 힘들다. 사모 메자닌 펀드의 최소 가입 금액이 5000만~1억원 선이며 대부분 일정 기간 환매가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붙는다.

메자닌 펀드의 수익률은 연 10% 안팎이다. 투자한 회사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때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수익률을 올린다. 지난해엔 아이에스동서, C&S자산관리 등이 효자노릇을 했다. 이 회사들이 발행한 메자닌에 투자한 펀드들은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지난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짭짤한 수익을 냈다.

주가가 떨어질 때도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메자닌의 기본 속성이 채권이기 때문에 최소한 채권 이자가 보장된다. 주가가 폭락하는 시기엔 채권 발행 시점보다 10~30% 낮은 가격에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인 ‘리픽싱’ 옵션을 행사한다. 주가가 낮은 시기에 주식을 받은 만큼 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부실한 CB, BW도 많아

메자닌 시장의 원조는 KTB자산운용이다. 2005년 국내 최초로 메자닌펀드를 내놓은 뒤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최근엔 KTB자산운용에서 독립한 선형렬 대표가 세운 에이원투자자문을 필두로 메자닌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가 많아졌다. 이 회사는 현대자산운용, 파인아시아자산운용 등과 손잡고 사모 메자닌 펀드를 주요 증권사에 공급하고 있다. 시너지투자자문, 히스토리투자자문 등도 메자닌 시장의 신흥강자로 꼽힌다.

메자닌은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한 중소 상장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채권이라도 회사가 부도가 나면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관리종목에 지정된 36개 상장사 가운데 2013년 이후 CB나 BW를 발행한 기업은 17곳이다. 이 중 아직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은 만기 전 CB·BW 물량은 2100억원어치 규모로 집계됐다. 관리종목 기업들은 자금 상황이 열악한 만큼 이 중 상당 금액은 이자 연체는 물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메자닌 운용사들을 잘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자닌 펀드는 블라인드 펀드로 사전에 어떤 종목을 담을지 공지하지 않는다”며 “내부 기준이 엄격한 회사의 상품을 고르는 것 외에는 위험을 줄일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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