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당락 좌우하는 '이공계 병역특례 시험'
취업난·이공계 선호로 대학원생 늘면서 경쟁률 상승
과기원은 병역특례 보장
서울대생 등 재입학 늘어…KAIST·GIST 등 경쟁률 ↑
"공대 연구역량 약화 우려…시험 제도 개선해야"
[ 황정환 기자 ] 서울대 공과대학 박사과정 3년차인 김모씨(28)는 KAIST 박사과정 진학을 알아보고 있다. 지난주 공인 영어시험인 텝스(TEPS) 성적을 확인하고 이번에도 ‘전문연구요원’(전문연) 시험에 통과하지 못할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전문연은 이공계 예비박사들이 군(軍) 복무 대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병역대체복무 제도다. 김씨는 “지난 2년간 텝스 시험만 20번 넘게 봤는데 전문연 선발시험에 세 차례나 낙방했다”며 “전문연 특례가 인정되는 KAIST에서 박사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밟을 계획”이라고 했다.
병역특례를 인정받기 위해 김씨처럼 방황하는 이공계 박사과정생이 늘고 있다. 이공계 예비박사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전문연 제도가 오히려 연구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공계 박사과정생들이 연구보다 영어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는 전문연 선발 방식 때문이다. 병무청은 매년 일반대학 이공계 박사과정생 600명(수도권 70%, 비수도권 30%)을 석사과정 학점과 텝스 점수를 절반씩 반영해 뽑는다. 학점의 변별력이 떨어지다 보니 당락은 영어 점수가 좌우한다. 이공계 예비박사들이 텝스 성적에 목을 매는 이유다.
한 연세대 이공계 박사과정생은 “전문연에 뽑히려면 텝스 점수(만점 990점)를 800점 가까이 받아야 한다”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커트라인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연 제도는 2011년까지만 해도 인기가 크게 없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이 3년 연속 미달할 정도로 이공계의 인기가 없다 보니 전문연 경쟁도 덜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취업난 속에 이공계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대학원 진학자가 늘면서 매년 두 차례(전·후기) 시행하는 전문연 선발시험 경쟁률이 급상승했다. 2012년 1.61 대 1이던 전문연 경쟁률(수도권 기준)은 지난해 2.67 대 1로 높아졌다. 지난해 후기 시험 경쟁률은 4.38 대 1에 달했다.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서울대 등 주요 대학 박사과정생들도 전문연 선발 시험을 통과하기가 어려워졌다. 2012년 65.2%였던 서울대생 합격률이 지난해에는 36.5%로 떨어졌다. 연세대의 합격률도 3년 만에 54%에서 30%로 낮아졌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SKY대’를 떠나 뒤늦게 과학기술원으로 향하는 학생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전문연 특례를 법으로 보장하는 전국 네 곳의 과학기술원 박사과정은 갈수록 인기다. 대학정보 공시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GIST(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 경쟁률은 2013년 1.39 대 1에서 2015년 2.61 대 1로 높아졌다. 2013년 정원 미달 사태를 겪은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경쟁률은 2015년 1.68 대 1을 기록했다. KAIST 역시 2013년 1.62 대 1에서 2015년 1.79 대 1로 경쟁률이 높아졌다.
곽승엽 서울대 공대 부학장은 “전문연 합격률이 떨어지면서 우수 인재 유치가 어려워지고 어렵게 뽑은 인재마저 떠나고 있다”며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하느라 연구를 등한시해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홍대식 연세대 공과대학장은 “영어공부에 따른 연구 단절이 사라지도록 전문연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전문연구요원
이공계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3년간 박사과정을 이수하며 군복무를 대체하는 제도. 1973년 도입됐으며 영어점수와 대학원 학점을 바탕으로 한 해 600~700명을 뽑는다. KAIST 등 과학기술원 박사과정생은 별도 시험 없이 전문연구요원으로 선발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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