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경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얼마 전 어머니 생신 선물로 건강검진을 받게 해드렸다.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자식 입장에서도 보람은 있었지만, 검진 결과를 기다리면서 조금씩 걱정이 밀려왔다. 혹시 큰 병이라도 발견되면 어쩌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일은 없을까…. 다행히 중한 병이 있는 상태는 아니셔서 한숨 돌렸지만, 곧 일흔을 바라보는 어머니를 옆에 두고 지금에서야 이런 고민을 하는 나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작년 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노인 의료비가 전체 평균의 3배에 달한다고 한다. 나이 들어서 의료비가 많이 나가는 건 상식적인 일이지만 그 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만큼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 한 사람이 한 해에 지출하는 의료비가 평균 339만원(2014 건강보험통계연보)이라고 한다. 안 그래도 부족한 노후 생활비를 쪼개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마저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병원 갈 돈이 없어서 아예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한국의료패널에 따르면 노인 열 명 중 한두 명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나이가 들면 서너 가지 크고 작은 만성질환이 생기면서 매달 의료비가 발생한다. 중증질환이 발병하거나 갑자기 큰 수술이라도 받게 되면 가계 재정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노년의 의료비 지출을 ‘재난’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결국 병원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치료를 받고 싶다면 지금부터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의료비 준비로는 무엇이 있을까. 일단 65세가 지나지 않았다면 실손의료비보험과 암보장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65세가 지났다면 고령자나 유병자들도 간편심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건강보험이 최소한의 준비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나이나 병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험과 멀어졌던 사람들도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을 준비할 수 있는 길이 점점 열리고 있다.
‘나이 드니 내 몸 아픈 게 제일 걱정’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앉으나 서나 자식 걱정뿐이던 부모들도 나이가 들면 자식에서 자신의 건강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옮겨간다. 이것이 곧 자식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노후 의료비는 적극적으로 준비할수록 좋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준비부터 시작해서 점점 길어지는 노후를 위한 의료비 대책을 세워보자.
노후에는 병원비 걱정 없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윤필경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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