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내수 진작, 기술교육으로 생산성부터 높여라

입력 2016-04-13 17:55
수출급락·내수부진 '사면초가'
중국 내수 노린 소비재수출 확대
체계적 일자리 교육 기회 늘려야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수출이 월간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인 1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다.

내수경기 역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 투자도 많이 위축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연이어 하향 수정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전례 없는 경제침체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 경제의 침체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첫째, 1980년대부터 강조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와 1997년에 맞닥뜨린 외환위기,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발생한 실업의 증가와 고용 불안정성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소득격차가 벌어졌고, 내수 경기도 구조적으로 억눌렸다.

둘째, 빈부격차와 내수침체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각국의 경제성장률에 비해 무역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고, 한국의 수출증가세도 급격히 꺾이게 된 것이다.

셋째, 한국 경제는 2012년 말 출범한 일?아베 신조 정권이 전례 없는 기세로 밀어붙인 ‘아베노믹스’의 무제한 양적 완화정책에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아베노믹스는 엔화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려 일본 상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였고, 이는 산업구조가 비슷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이었다. 엔저에 대응하다 보니 한국 기업의 수출은 이윤 없는 수출이 되고 이에 따른 경영압박은 내수를 침체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됐다.

넷째,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둔화는 가히 재앙 수준이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은 과잉투자를 초래했고, 이제 산업전반의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큰 시련을 안기고 있다. 끝으로 미국이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신흥국의 국제유동성이 미국으로 회귀하고 이로 인해 한국의 신흥국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국내외의 이런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내수 활성화가 시급하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률을 높이고 가능한 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거꾸로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술인력의 체계적인 육성에 과감히 투자해 비정규직이나 구직희망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청년 고용확대 정책의 여력을 돌려 대규모 기술인력 양성기구를 운영함으로써 저임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형태의 경기부양 정책이 될 것이다.

한국과 거래가 많은 신흥국과의 통화스와프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국 거래의 지불수단으로 미국 달러화?사용하려고 하지 말고 거래당사국 통화를 적극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만큼 이들 국가와의 거래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중국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중국은 고속성장에서 새로운 안정성장으로, 수출중심에서 내수중심으로 성장전략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對中)거래도 중간재 중심에서 최종소비재 중심으로 옮겨지는 추세다. 이런 중국 경제의 전환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대중 소비재 수출과 관련해서는 중국 유통기업과의 협력, 한·중 합작유통기업 설립 등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동남아 국가들과의 거래를 확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내수가 활성화되고 수출이 늘어나면 투자는 자연히 증대될 것이므로 이런 수순으로 경기진작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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