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제너럴일렉트릭(GE)이 최근 미국에서 소프트웨어(SW) 인재를 모집한다는 TV 광고를 내보냈다. 두뇌만으로 드론(무인 항공기)을 날려 보내겠다는 구상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인재 모집을 TV 광고로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GE는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이요, 살아있는 레전드다. 미국인 입장에선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이 SW 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3개월 전이다. 이멜트 회장은 가전을 중국 하이얼에 팔고 금융 부문도 정리하면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지금 그가 고민하는 건 바로 SW 개발자들의 충원이다. 그동안 수백 명의 SW 인재를 뽑았지만 여전히 인재난이다. 본거지를 코네티컷, 필라델피아에서 보스턴으로 옮긴 것도 세금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SW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SW 인재확보에 사활 건 기업들
정작 GE는 제조업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수면실이나 여가 공간 마련에 인색하다.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 조성도 어렵다. 더구나 GE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인터넷 SW 프리딕스(PREDIX)는 기업 정보를 취급한다. 지나친 보안도 연구나 개발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GE의 기업문화가 SW 개발자들의 유연성과 창조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시각이 많다. 여기에 GE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물론 GE만이 아니다. 모든 업종의 기업들이 SW 인력을 찾느라 혈안이다. 이미 SW가 실물 업계를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는 물론 자동차 기계 수송 화학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셰일가스 유정 발굴도, 유통의 혁신도 SW가 담당한다. 제조업과 제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SW로 연결된다. 융합의 힘이 여기서 나온다. 이런 SW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인재가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그런 시대다.
융합적 사고력 양성이 관건
인도가 21세기 중반에 미국의 최대 라이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런 SW 인재 확보에 기인한다. 이미 MS의 사티아 나델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등 내로라하는 인도인 최고경영자(CEO)들이 등장하고 있다. 구글이 알파고 바둑 대국을 한국에서 연 것은 아시아권의 SW 인재를 충원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물론 GE나 구글이 찾은 SW 인재는 단지 코딩이나 프로그래밍만 하는 인재는 아니다. SW 및 주변 환경이나 경제성, 마케팅을 비롯 제도나 프라이버시권 등도 알아야 한다. 이른바 융합적 사고력이다. 이런 사고력은 엔지니어만이 아니라 모든 업종, 모든 분야에서 갖춰야 할 필수 코스다.
하지만 이런 인재를 길러내야 할 국내 대학들은 변한 게 없다. 2018년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가 통합된다고 하지만 한참 늦은 얘기다. 문과 대학생들은 SW 콤플렉스에 젖어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SW를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융합적 사고력이다. 정부에서도 SW교육을 실시한다지만 자칫 코딩만 가르치다 말 것 같다. 여기서도 탁상행정이 우려된다. 다행히 세종대가 신입생 전원에게 SW교육을 실시해 좋은 성과를 거뒀으며 이화여대도 2018년부터 정시모집 신입생들을 학과 구분 없이 자유 전공으로 선발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산업의 고도화를 외친다고 해결될 때가 아니다. 정부나 대학도 적극 움직여야 한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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