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無학과선발 '이대 입시실험' 잘 뜯어봐야 하는 이유

입력 2016-04-12 13:33
수정 2016-04-12 15:29
전공선택 제한없어 학과쏠림현상 예상
다음해 수험생 '응시기회 제한' 우려도
대학선호도·합격커트라인은 올라갈 듯



[ 김봉구 기자 ] 이화여대가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정시모집 인원을 학과 구분 없이 ‘자유전공’으로 선발한다고 11일 밝혔다. 대상은 의과대학과 사범대, 예체능전공을 제외한 정시 신입생 408명 전원. 문·이과 구분을 없애 자유로운 학과 선택을 보장하는 파격 입시 실험이다.

대학들은 2000년을 전후해 광역학부제나 계열제를 도입했다가 상당수가 학과제로 되돌아갔다. 대체로 편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학과 선택시 일부 인기학과 편중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초학문 붕괴 우려가 나왔다. 수요자 입장에선 학생들이 특정 학과에 몰릴 경우 인원제한 탓에 원하는 전공을 택하지 못하는 불만이 컸다.

반면 이화여대 자유전공은 기존 학부제·계열제와의 차별화에 힘썼다. 학과 선택에 별도 쿼터를 두지 않기로 했다. 남궁곤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를 100% 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1학년 때부터 학점경쟁 하는 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 학과선택 몰리면 수험생 응시기회 제한 우려

학과 선택을 제한하지 않으면 몇몇 학과에 대한 쏠림현상을 피하기 어렵다. 학교 측은 수시에서의 학과 선발로 이를 보완할 계획이다. 이화여대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수시로 77.7%, 정시로 22.3%를 뽑는다. 수시 비중이 높은 만큼 정시 인원이 특정 학과에 몰려도 비인기학과가 존폐 위기에 처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인기학과 정원만 무작정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화여대는 다음해 입시와 연동시켜 정원이 넘치는 학과의 수시 선발인원을 줄인다는 복안이다. 남궁 처장은 “쏠림현상이 생긴 학과의 다음 연도 수시 모집인원을 조정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예를 들어 2018학년도 정시 입학생들이 정원보다 30명 많이 경영학과 진학을 택하면 2019학년도 수시의 경영학과 선발인원이 30명 줄어드는 식이다.

다만 이 방안 역시 특정 연도의 수험생 응시기회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학과 선택을 100% 보장하면 인기학과에 몰릴 텐데, 이로 인해 다음 연도 수험생의 응시기회가 없어질 경우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선호도·커트라인↑…문·이과통합 대응 포석도

학부제·계열제 도입 전례를 보면 선호도 및 합격선(커트라인) 상승이 뒤따랐다. 이화여대의 자유전공 선발도 유사한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학원가에선 “근래 수험생들의 여대 선호도가 낮아지는 점도 감안한 선택이지 않겠느냐”고 평했다.

향후 중등교육과정 문·이과 통합에 따른 학과체제 개편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현재 고교생들은 문·이과 통합되기까지의 ‘낀 세대’라 할 수 있다. 대학이 앞으로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입시 실험 성격도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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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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