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테크니온공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70% 배출…융합 연구의 힘"

입력 2016-04-11 18:07
세계 연구대학 총장 회의
한국·프랑스·이스라엘 연구대학 총장 좌담회

한 가지만 배우면 시각 좁아져
여러 전문가와 함께하는 융합 연구로 창의 인재 양성해야
대학 입학 전 입대하는 이스라엘, 새 도전과제에 대한 두려움 없어

AI가 일자리 뺏는다고? 여행 등 서비스업 일자리 늘 것
실패는 다음을 위한 준비 과정
대학생 창업 활성화 위해 실패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 필요


[ 정리=박근태 / 이호기 / 유하늘 기자 ]
“격변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도전의식과 탁월한 창의성으로 문제를 뚫고 나가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국경을 초월하는 글로벌 감각과 학문을 넘어서는 융합적 사고도 중요합니다.”

2016 세계연구대학총장회의 참석차 방한한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11일 “정보통신기술(ICT)이 서로 융합하며 산업과 사회가 급격히 재편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을 위해 대학도 국제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세계연구대학총장회의 개막에 앞서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 자크 비오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 총장, 강성모 KAIST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열었다. 총장들은 “창의적 인재들이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대학과 기업, 사회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는 박근태 IT과학부 기자가 맡았다.

▷사회=기업과 마찬가지로 대학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 앞에 서 있다. 대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자크 비오 총장=4차 산업혁명은 어떻게 보면 대학에서 출발한 연구 성과와 발견에서 시작됐다. 대학에서 배출된 학생이 기업에 고용되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기업 현장에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는 학생 선발 과정과 연구 내용을 바꿔나가야 한다.

▷페레츠 라비 총장=대학이 적응할 시기가 왔지만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다. 학제 간 연계가 잘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배경 지식이 있어야 실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연구에만 집중하는 좁은 시각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그룹이 해결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대학은 한때 지식의 상아탑이었지만 이제 현실 문제 해결과 사회와 산업의 요구 사항에 부응해야 한다.

▷강성모 총장=4차 산업혁명은 변화의 속도와 관련이 깊다. 대학이 해야 할 일은 그런 시대에 부응하는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는 일이다. KAIST는 창의적 인재와 도전 정신을 갖춘 인재 배출을 목표로 세웠다. KAIST는 2025년까지 졸업생 10%를 창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창업 맞춤형 교육과정인 ‘K스쿨(K-School)’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고 창의적 마인드를 가진 리더 양성이 목표다.

▷사회=앞으로 열릴 융합의 시대에는 어떤 소양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가.

▷라비 총장=수학과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소양을 갖추고 위험을 즐기며 호기심이 많고 동기 부여가 잘된 사람이다. 색다른 생각을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이스라엘에서는 대학에 오기 전 학생들이 군복무를 하기 때문에 성숙하고 새로운 도전과제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그래선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이스라엘인이 세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6500개가 넘는다. 이 중 70%가 우리 대학 출신이다.

▷비오 총장=프랑스에서도 수학, 물리학과 같은 기초과학 소양을 강조한다. 다양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학생이 성공할 수 있다. 융합적 사고를 키우고 산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인턴십 같은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사회과학적 소양도 강조한다. 파괴적 혁신이나 기술이 사회적 반감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은 여러 도덕적·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도전에 실패한 뒤에도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강 총장=이스라엘은 학생이 군대를 다녀온 뒤 대학에 오기 때문에 성숙하고 동기부여가 강하다. 한국은 젊은 나이에 박사학위 받는 걸 중시한다. 이스라엘을 보고 이게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성숙하고 동기부여가 있어야 효과가 더 크다. 일본에선 과학을 잘하기도 하지만 정말 좋아하는 인재를 선호한다. 학문을 잘하고 좋아求?인재가 최고의 인재다.

▷사회=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인간이 지면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술 발전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보나.

▷비오 총장=일자리 문제는 과거 1~3차 산업혁명에서도 있던 일이다. AI가 더 좋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회계 재무기능 등에서는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알고리즘 등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 수가 아니라 어떻게 적응하느냐다. 새로운 직업 시장에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도록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인재를 훈련시켜야 한다.

▷라비 총장=5년 뒤면 통역도 기계로 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분야에선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어느 분야에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 언어장벽이 허물어지면서 여행 레저 등에서 일자리가 다수 창출될 것으로 생각한다.

▷강 총장=컴퓨터는 인간보다 질병을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그런 직업은 당연히 인공지능이나 컴퓨터에 빼앗길 것이다. 미술과 음악 분야는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다. 자동차가 처음 발명됐을 때 자동차가 사람보다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는데 육상 경기를 왜 하겠느냐는 얘기가 있었다. 물론 차량 경주도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육상을 즐긴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

▷사회=세계 여러 대학이 창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창업 문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보나.

▷라비 총장=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한 薩?학생의 입학추천서에 순종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순종적인 학생을 찾지 않는다. 도전적인 학생을 찾는다. 실패는 다음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테크니온공대에서 강의를 해보면 교수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가 틀렸다고 소리친다. 그런 학생을 원한다.

▷비오 총장=경제학자들은 월급을 받는 안정적 직장이 아니라 창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버 때문에 택시업계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우버 덕분에 새로운 창업회사와 기업가들이 생겨났다. 프랑스에서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창업하고 있다. 다만 프랑스의 조세 시스템 경쟁력이 미국에 비해 떨어지다 보니 프랑스인들이 미국에 가서 스타트업을 하고 있다. 프랑스도 이런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강 총장=한국에서는 창업보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 취업하는 걸 선호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인력 수요는 줄고 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도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실패가 용인이 안 된다. 누군가가 창업에 실패하면 3대가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게 사라져야 한다. 글로벌 감각도 필요하다. 다보스포럼에서 이스라엘의 한 창업자를 만났다. 테크니온공대에서 5개 학위를 받은 사람인데 그의 모임에 갔더니 참석자 150명의 이름을 모두 다 외우고 있었다. 그런 국제 감각과 네트워킹 능력이 필요하다.

■ 페레츠 라비 테크니온공대 총장

1974년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수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1975년 테크니온공대 의과학부에 수면의료연구소를 설립했다. 1993~1999년 테크니온공대 의학과 학과장, 2001~2008년 자연개발과 대외관계 부총장을 거쳐 2009년 총장에 올랐다. 미국 수면학회 최고 연구상과 유럽 최고 수면 연구자상을 받았다.

■ 자크 비오 에콜 폴리테크니크 총장

1971년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고 프랑스 산업연구부에서 근무했다. 1992~2012년 생명과학분야 컨설팅회사인 JNBD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프랑스 명예기사 작위와 공로 훈장을 받았으며 2014년부터 프랑스 정부 혁신위원회인 이노베이션2030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3년 에콜 폴리테크니크 총장이 됐다.

■ 강성모 KAIST 총장

1966년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해 미국 페어리디킨슨대 전자공학과로 유학했다. UC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 일리노이대 교수, UC샌타크루즈 공대 학장을 맡았다. 2007년부터 4년간 한국인 최초로 UC머시드 총장을 지냈다.

정리=박근태/이호기/유하늘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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