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 디자인 <144> 맞벌이 부부…수입도 두 배, 지출도 두 배?

입력 2016-04-10 15:12
임한나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맞벌이 부부는 홑벌이 부부보다 수입이 많으므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따라서 재무관리가 특별히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에 대한 각종 통계를 보면 누구보다 서둘러 재무관리를 시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파산법 전문가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전 하버드대 교수는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책에서 왜 미국의 수많은 맞벌이 부부가 파산하는지를 분석했다. 책에 따르면 맞벌이를 하면 가구의 총소득은 증가하지만, 학군이 좋은 동네로 이사하면서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금과 자녀 교육비 등의 고정 지출이 늘어난다고 한다. 실직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놓였을 때 고정 지출을 줄이지 못해 결국 파산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위험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는 홑벌이 가구보다 소득이 약 1.4배 높지만 외식비나 자녀 양육비, 가사서비스 비용, 경제활동에 따른 교통통신비, 의류비 등 지출이 더 많았다. 맞벌이를 해도 남는 게 없다는 푸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맞벌이 부부는 홑벌이 부부보다 1000만원가량 가계 빚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맞벌이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부 간에 재무대화를 나누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맞벌이 부부가 재무관리에 취약한 이유는 상대방의 수입과 지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얼마를 벌고, 얼마를 쓰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집 마련이나 노후 준비 등 장기 계획을 짜기는 어렵다. 바쁘더라도 가계의 재무상태를 점검하고 장단기 재무목표를 세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홑벌이가 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지출을 조절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무리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다. 당장은 맞벌이라 문제가 없지만 홑벌이가 됐을 때 대출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또 한 번 높아진 소비 수준은 다시 낮추기 어려우므로 한 사람의 소득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지출을 유지해야 한다.

맞벌이의 함정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배우자의 소득 없이도 6개월 이상 견딜 수 있는가. 고정 지출을 줄일 수 있는가. 또 비상시 백업 플랜이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맞벌이라고 결코 안심해서는 안 된다.

임한나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