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400㎞ 달리는 해무…세상이 달라 보이죠"

입력 2016-04-08 17:50
코레일 '테스트 기관사' 이경식 기장

70여차례 해무 새벽 시운전…"밤낮 바뀌어도 책임과 보람"
작년 12만㎞ 무사고 기록…2020년 부산~마산 구간 투입


[ 박근태 기자 ] “400㎞로 달리는 세상은 달라 보이죠.”

코레일 부산고속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이경식 기장(56·사진)은 국내에서 가장 빠른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를 모는 테스트 기관사다. 자동차 회사로 따지면 신차를 시험하는 테스트드라이버인 셈이다. 해무의 공식 최고 속도는 시속 430㎞로 현재 경부선과 호남선에서 운행하는 KTX보다 130㎞ 빠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3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지금까지 기록한 최고 시속은 421.4㎞. 국내 육상 교통수단 중 가장 빠른 기록이다.

이 기장은 지난 6일 대전과 광명 사이에서 진행된 해무의 올해 두 번째 시범운행을 맡았다. 이날 최고 속도를 내지 않았지만 운행을 시작한 지 10여분 만에 시속 300㎞를 넘어섰고 최고 시속 303㎞로 대전에서 광명까지 달렸다. 올해로 운행 경력 36년차인 이 기장은 2014년 6월 전임 장남식 기장의 뒤를 이어 해무 운행을 맡고 있다. 그는 2014년 운행기록 200만㎞를 돌파한 기록의 보유자다.

이 기장은 해무 기장에 지원한 동기를 묻자 “차세대 고속열차 기장 지원자를 뽑는데 손을 든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비둘기호와 화물열차, KTX를 몰아본 경험으로 국산 차세대 고속열차를 가장 먼저 몰아보고 개발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70차례가 넘는 시운전에 참여했다. 이 중 20차례 정도 시속 400㎞ 이상 속도를 냈다. “300㎞로 달리는 KTX 운전석에 처음 올랐을 때 많이 긴장했어요. 이전에는 100㎞대로 달렸거든요. KTX보다 훨씬 빠른 해무 운전석에 올랐을 때도 정말 많이 긴장했습니다. 지금은 언제 그랬나 싶을 정도로 편합니다.”

별다른 시험 선로가 없다 보니 해무 시운전은 주로 KTX 운행이 끝나는 오전 1~4시에 이뤄졌다. 부산 차량 기지에서 오송을 거쳐 공주와 익산 사이를 하루 네다섯 차례 오가며 성능을 시험했다. 총 6량으로 구성된 해무가 정지 상태에서 400㎞까지 속도를 올리려면 5~6분이 걸린다. 선로도 최소 1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제동에도 4~5㎞가 필요하다. 이 기장은 “시운전이 대부분 밤에 진행되다 보니 많이 긴장하고 밤낮이 바뀌어 힘든 부분도 많았다”면서도 “함께 열차를 타고 밤샘 연구를 한 연구원들을 보면서 책임감과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그와 연구자들의 노력 덕에 해무는 지난해 말 12만㎞ 주행시험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쳤다. 일반인이 해무를 타려면 적어도 4~5년은 기다려야 한다. 2012년 개발이 끝났지만 아직 도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레일과 개발사인 현대로템은 2020년 개통 예정인 경전선 부산 부전역~마산 복선전철 구간에 해무를 투입하기 위해 입찰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해무는 시속 350~370㎞ 속도에서 탁월한 안정감을 보인다”며 “해무가 상용화될 때까지 테스트 기관사로서 운전석에 앉고 싶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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