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영업이익 6.6조
갤럭시S7 고속 질주
20일 만에 1000만대 판매…'고동진 리더십'도 한몫
반도체·가전부문 선방…환율효과도 수천억원
[ 안정락 / 노경목 기자 ]
올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삼성전자 측 설명은 간단하다.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7 시리즈의 ‘깜짝 인기’가 삼성전자의 1분기 ‘깜짝 실적’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출시한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는 약 20일 만에 세계 시장에서 10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갤럭시 시리즈 중 최단 기간 1000만대 판매 돌파 기록이다. 갤럭시S7의 인기는 여기에 많은 부품을 납품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도 함께 이끈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교사로 완성도 높여
작년 12월부터 무선사업부를 맡은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S6에 이어 S7마저 실패하면 안 된다”며 S6의 실패를 철저히 분석해 제품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6는 전작인 S5, S4 등보다 판매량이 적었다.
대표적인 게 방수 기능의 부활이다. 삼성전자는 1.5m 수심에서 제품을 30분간 방치해도 이상이 없는 방수 기술을 갤럭시S7에 적용했다. 방수 기능은 2년 전에 출시한 갤럭시S5에도 적용됐다. 다만 충전 단자에 방수캡을 씌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 때문에 갤럭시S6에선 방수 기능을 뺐다. 소비자 사이에선 방수 기능이 빠진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다.
갤럭시S6는 밤에 사진을 찍을 때 어둡게 나온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갤럭시S7엔 고급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에 들어가는 ‘듀얼 픽셀’ 이미지센서를 탑재했다. 카메라 기능은 해외 미디어와 블로그 등에서 호평받고 있다.
전작과 비교해 손에 쥐는 느낌도 개선됐다. 갤럭시S6는 ‘날이 서 있다’는 느낌을 줬지만 S7은 곡면을 부드럽게 처리해 편안하게 잡을 수 있게 설계했다. 갤럭시S7엣지 모델은 베젤(테두리)이 더욱 얇아지고 디자인도 깔끔해졌다. 전작에서 빠졌던 마이크로SD 메모리를 다시 쓸 수 있게 해준 점, 배터리 성능이 강화된 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갤럭시S7엣지는 배터리 용량이 3600mAh로 갤럭시S6엣지보다 38% 늘었다.
삼성전자는 통상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를 4월에 내놓았다. 하지만 갤럭시S7은 한 달가량 이른 지난 3월11일 출시해 20여일간의 판매 실적이 고스란히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반도체부문도 선방
반도체부문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메모리 가격 하락 탓에 영업이익이 2조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2조원 중반~3조원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48단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이다. 이 낸드로 만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고가의 기업용 서버에 대거 채택돼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D램에서도 경쟁사가 21~25나노미터(㎚)에 머물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20나노 제품을 주력으로 하면서 지난 2월부터는 차세대 18나노 양산에도 들어갔다. 웨이퍼 한 장에서 경쟁사보다 30~50%까지 더 많은 칩을 생산한다는 얘기다. 기술력으로 좋지 않은 시황을 이겨낸 것이다.
TV와 가전 등 소비자가전(CE)부문의 수익성도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지난달까지 4개월간 20% 이상 하락해 제조원가는 떨어지고 수익성은 높아졌다.
원화 약세도 수천억원 이상의 이익증가 효과를 가져다줬다. 원·달러 환율은 1분기 평균 달러당 1200원 선으로 작년 4분기보다 40원가량 높아졌다(원화가치 하락).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000억원 이상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대부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기 때문이다.
안정락/노경목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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