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에 도움 못 줄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장의 후진적 이중구조 탓
선심경쟁 대신 노동개혁법 처리를"
조준모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trustcho@skku.edu >
영국은 다른 국가복지비용을 삭감하는 대신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생활임금제 도입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시급 10달러인 최저임금을 2022년까지 15달러로 높이는 안이 확정됐다. 지난 2월 중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주류경제학의 연구와 달리 최저임금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고 최저임금의 고용파괴 영향은 다소 과장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노동생산성 제고가 고용의 감축이나 노동절약적 자본대체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 노동생산성 증가효과로 발생한 것임을 강조한다. 거시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 생존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긍정적인 고용창출효과가 망하는 기업들의 고용감소를 흡수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IMF 보고 등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에 관한 논리를 한국 노동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국 노동시장의 특수성인 이중 逾옙쳄?구조가 한 요인이다. 한국은 수출대기업, 정규직, 노조 중심의 핵심노동시장과 비정규직, 중소기업, 자영업 노동시장을 주축으로 하는 주변부 노동시장의 구조로 돼 있다. 영세 자영업 비중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대기업에 하도급을 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의 지급능력이 한계점에서 허덕이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은 자영업,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이다.
IMF 보고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고용창출이 이뤄지는 ‘노동시장 오아시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발견한다고 해도 오아시스로 가기까지는 이중노동구조 개혁과 자영업의 구조개선 등 경제·산업·노동의 구조개혁을 전제로 한다. “노동개혁도 싫다, 자영업 구조도 유지해야 한다, 다만 최저임금만 높이자”는 주장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역설적으로 최저임금을 밑도는 근로자 비중(최저임금 미만율, 12%)을 높인다. 물론 불법을 자행하는 사용자도 있지만 각종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여부, 최저임금 산정과 연관된 근로시간의 산정기준, 15시간을 밑도는 근로시간대에 대한 주휴수당 지급여부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법과 불법의 회색경계가 그만큼 두텁다는 의미다. 이런 후진적 제도 하에서 IMF 보고처럼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또 근로장려세제와 최저임금제도와의 보완성도 고려해야 한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근로장려세제처럼 일반적인 조세재원으로 저소득 빈곤층 소득보조를 하는 것이 최저임금처럼 특정기업들이 특정근로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숨겨진 세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긴다.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더라도 최저임금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복지방식은 공정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4·13 총선을 앞두고 최저임금 인상 공약이 난무하는 등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상황에서 필자는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최저임금 미만율 제로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같은 기준의 명확화 등 제도의 선진화를 위해 먼저 노력해야 한다. 후진적 노동제도는 그대로 둔 채 선진국 따라하기식으로는 후진적 성과만을 낳을 뿐이다.
둘째, 노동시장 개혁입법에 반대하는 정당이 최저임금 인상 주장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면서 모순된 노동시장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은 약자를 내세워 강자의 이익을 채우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근로장려세제, 최저임금 외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의 종합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매번 정치권, 이익집단에 끌려다니는 것은 백화점식 복지정책 메뉴만 나열하기 때문이다.
조준모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trustcho@skku.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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