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벤처업계 '호창성 쇼크'

입력 2016-04-06 18:21
'팁스' 운용사 더벤처스 대표
정부 보조금 가로챈 혐의 구속

검찰, 유사 사례로 수사 확대

더벤처스 "부당행위 한적 없다"
벤처업계 "창업열풍 '찬물' 우려"


[ 임원기/박한신 기자 ] 국내 유명 엔젤투자자(신생 벤처기업 투자자)인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42)가 검찰에 구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벤처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첫 보도가 나온 지난 5일 밤에만 300건이 넘는 관련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게시됐고, 더벤처스의 해명이 350회나 공유되는 등 파장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호창성 쇼크’가 벤처 창업 및 투자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 4월6일자 A33면 참조

더벤처스 반박 자료 공개

호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1세대 벤처 기업가로 꼽힌다.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나와 2007년 동영상 자막서비스업체 비키를 창업했고, 2013년 이 회사를 일본 라쿠텐에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해 화제가 됐다. 엔젤투자 전문업체인 더벤처스를 설립해 투자자로도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벤처 거물’로 통하고 있다.


검찰은 4일 중소기업청 민간주도 창업지원사업(TIPS·팁스)의 보조금을 받아준다는 명목으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5곳에서 지분을 편취했다는 혐의로 호 대표를 구속했다. 팁스는 운용사로 선정된 투자회사가 벤처기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중소기업청이 최대 9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벤처 육성 사업이다. 더벤처스는 2014년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운용사로 선정됐으며 이후 6개 업체에 투자했다.

검찰에 따르면 호 대표는 이 중 5곳으로부터 “정부 지원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원 상당의 지분을 무상으로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지분을 양도받은 것을 숨기고 허위 투자계약서를 꾸민 뒤 받은 보조금 20여억원을 추가로 가로챈 혐의(사기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전 조사를 통해 정황을 파악했고 호 대표를 구속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호 대표와 비슷한 다른 벤처기업인들의 사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더벤처스는 6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검찰이 제시한 혐의점을 반박했다. 더벤처스는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인 ‘알선수재 및 사기’는 입증된 바가 없는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했다. 이어 “팁스 운용 중에 부당행위를 한 적이 없고 허위계약서를 꾸며 보조금을 가로챈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팁스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청도 “그동안 더벤처스의 팁스 운용과 관련해 민원이 들어온 적이 없었다”며 “팁스 운용사 전체 서류를 검토하는 등 자체 점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팁스 누적 투자액 850억원

벤처업계에서는 팁스 구조상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팁스는 운용사가 정부 지원금을 받는 업체를 선정하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팁스 구조상 벤처회사는 운용사에만 잘 보이면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아낼 수 있다”며 “운용사 권력이 너무 강하다 보니 정해진 지분 취득 권한 외에 추가 지분을 요구할 때가 많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팁스는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해 말까지 158개 스타트업이 팁스 지원을 받았고 누적 투자액은 850억원에 이른다. 올해 예산도 470억원이 책정돼 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해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재직 시절 “팁스는 외국에서도 부러워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벤처 지원 성공 모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검찰 수사로 스타트업 열풍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0년대 초반 일부 창업가의 도덕적 해이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벤처 거품이 꺼진 ‘악몽’이 재연될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임원기/박한신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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