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빨라지는데…충전시설은 태부족
정부, 지역별 현황 첫 공개
개1회 충전 150㎞ 주행하는데 안성~광주 220㎞ 구간
충전시설 한 곳도 없어
정부, 급속충전 유료화…민간기업 시장참여 유도
[ 이태훈 /오형주 기자 ] 정부가 전기자동차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가 많은 서울은 30대가 충전기 한 개를 같이 쓸 정도로 열악했다. 전기차 대중화에 앞선 미국은 전기차 두 대당 한 개꼴로 충전기가 있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해 공개한 전국 지역별 전기차와 충전소 보급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은 제주와 서울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각각 2368대, 1316대이고 충전기(급속충전 기준) 보급 개수는 각각 49개, 40개에 그쳤다. 제주는 전기차 48.3대가 한 개의 충전기를 같이 쓰는 셈이다. 서울은 32.9대당 한 개꼴로 충전기가 보급돼 있다. 전국의 전기차는 5767대, 충전기는 337개다. 평균 17.1대의 전기차가 한 개의 충전기를 쓰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와 전기차이니셔티브(EVI) 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에는 지난해 기준 6만5848대의 전기차가 등록돼 있다. 전국에 1만2880개의 충전소가 있고 충전기는 3만1792개다. 전기차 두 대당 한 개의 충전기가 있는 셈이다. 캘리포니아에만 1000개가 넘는 충전소가 있다.
주요 고속도로에 충전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안성휴게소에서 천안논산고속도로를 거쳐 광주에 갈 때까지 전기차 충전소가 단 한 곳도 없다. 전기차를 한 번 충전하면 약 150㎞를 주행할 수 있는데 안성휴게소에서 광주까지 거리는 220㎞다.
충전시설이 부족한 이유는 민간기업이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전기차 충전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은 충전소의 90%를 민간이 운영한다. 환경부는 민간 사업자 육성을 위해 오는 11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을 유료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전기차 충전요금은 일반 가정용 전기를 이용하는 완속충전기에 대해서만 심야전기 수준의 요금이 부과됐으며 공공장소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이용은 무료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0년까지 고속도로 등 거점 위주로 공공용 급속충전기를 1400개까지 늘리고, 한국전력 등의 지원 사업을 통해 민간 사업자가 사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전기차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장)는 “전기차는 급속충전을 해도 40분에서 한 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 주유소와 동일하게 생각해선 안된다”며 “아파트나 마트 주차장 등 차량을 장시간 주차하는 곳에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대당 수억원짜리 충전기를 (마트 獰汰?등이) 쉽게 설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민간 사업자가 충전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약하다”며 “당분간 공공기관이 나서 충전기를 많이 보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급속충전을 섣부르게 유료화하면 충전소 보급이 오히려 더뎌 전기차 대중화를 막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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