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부터 진로교육 집중학기제…초교에도 전담교사 배치

입력 2016-04-05 18:53
교육부, 제2차 진로교육 5개년 계획 발표

올해 일반고 37곳 시범실시
주당 3~4시간 진로교육…특목·자사고는 대상서 빠져
현장서는 "내신 중요한데 공부 시간 뺏길까 걱정"


[ 박동휘 / 임기훈 기자 ]
교육부가 앞으로 5년간 진로교육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직업 체험과 연계한 개인 맞춤형 진로교육을 마련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초등학교에도 올해부터 진로 전담교사를 배치하는 등 관련 인프라를 대폭 확대한다.

○제2의 자유학기제 도입

교육부는 5일 ‘제2차 진로교육 5개년(2016~2020)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시행된 진로교육법을 현실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올해부터 전면 도입한 자유학기제의 확장 개념이다. 박춘란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국장은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려면 과도한 대학 쏠림과 특정 전공 선호 현상을 깰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초등 단계부터 진로탐색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공에 상관없이 대학졸업장부터 따야 한다는 풍조 탓에 대학 졸업생과 산업계가 요구하는 인력 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부터 10년간 공학계열 대졸 인력은 21만명가량 부족한 데 비해 인문·사회·사범계열 인력은 43만명 정도 남아돌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추정이다.

이번 진로교육 강화안의 핵심 중 하나는 집중학년·학기제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시기에 한 학년 또는 한 학기를 진로와 연계된 활동에 할애하는 제도다. 학생은 주당 3~4시간을 교육받으며 자유학기제와 달리 지필평가도 치러야 한다. 교육부는 올해는 우선 일반고 37곳을 시범학교로 선정해 1학년을 대상으로 집중학기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시범학교 1000곳, 협력학교 20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현장 “준비 안돼” 혼란 우려

진로 전담교사도 대폭 충원한다. 중학교는 앞으로 5년간 100%(작년 말 95.3%) 배치하고, 초등학교에도 진로 전담교사를 새로 두기로 했다. 박 국장은 “중장기적으로 교육대학원 진로진학상담 전공과정 이수자를 우선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직 전문직업인, 퇴직 시니어 등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설명할 기회도 넓어질 전망이다. ‘지원 풀(pool)’을 작년 654명에서 2020년엔 3000여명으로 확대한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학생 개인별로 ‘관리’가 가능하도록 진로체험이력관리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교육 내실화를 위한 방책 중 하나다. 내년에 개발해 2018년께 적용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진로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학 정규 과목에 진로 관련 내용을 반영토록 권고하기로 했다. 대학특성화 사업 등 대학 재정사업 선정 때 평가항목에 진로교육 시행 여부를 넣겠다는 것이다. 모든 직업 정보를 한자리에 모은 진로정보망을 구축하는 등 진로교육 강화를 위해 교육부는 향후 5년간 총 24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가 야심차게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현장에서 실제 구현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교육계의 반응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정책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자유학기제에 대한 평가체계도 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또 다른 정책이 쏟아지니 혼란스럽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활동 내용을 학생부에 반영하는 방침 등이 담긴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 일부 개정안’을 밝혔지만 새로운 학생부가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내신 성적이 고교 입시에 무엇보다 중요한데 진로탐색 명목으로 다른 데 시간을 뺏길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진로교육 집중제가 고등학교의 경우 특목·자사고는 배제한 채 일반고만 시범사업 대상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정작 필요한 것은 고급 두뇌들의 특정 직업 선호 현상을 막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한 대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진로교육을 전 학교에 의무화하기는 어렵다”며 “지난해 서울대 연구용역과 대구 지역 학교들의 사례를 통해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만큼 특목고 등도 진로교육을 도입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말했다.

박동휘/임기훈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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