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맞는 '금융사회화' 필요

입력 2016-04-05 17:39
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6) 재무관리 역량 높이기

금융사회화는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빌리는
재무적 행동능력과 태도·가치를 전 생애에 걸쳐 배우는 과정

대출로 아파트 사 돈 벌던 부모세대 재테크 원칙은
지금 저성장 시대엔 안통해

목돈·지출 관리 등 입사때부터 재무 역량 키워야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 장경영 기자 ]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아 입사에 성공한 사회초년생들은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의 초보자다. 간절히 꿈꾸던 사원증과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을 보면 절로 뿌듯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다. 매달 소득이 생겨 좋긴 한데 지출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목돈은 어떤 방법으로 모아야 하는지, 막막하다. 일단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미루거나 부모님께 맡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다.

사회초년생이 돈의 가치, 저축 등의 경제 개념을 어디서, 어떻게 배웠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들의 이런 선택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체계적인 배움의 기회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금융사회화(financial socialization)라는 게 있다. 돈을 벌고, 쓰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빌리는 개인의 재무적 행동능력과 태도, 가치를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과정을 말한다. 이런 배움의 원천은 부모, 주변 사람(친구, 직장 동료 등), 대중매체, 학교 등이다. 금융사회화가 잘 이뤄진 사람일수록 합리적인 재무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재무관리 역량이 높다.


직장생활을 시작해 정기적인 소득이 생긴 사회초년생이 높은 재무관리 역량을 갖추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다. 학생 시기에는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으며 소비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결혼, 내 집 마련 등 생애 재무목표를 구체화하고 그런 목표를 이뤄가기 위한 체계적인 재무 관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초년생 때 형성된 소비와 저축 습관 같은 재무적 행동 방식이 중장년기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시기에 재무관리 역량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초년생의 금융사회화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신입사원 51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 주변 사람(친구, 직장 동료 등), 대중매체, 학교 가운데 사회초년생의 금융사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로 나타났다.

부모를 통한 금융사회화 방식은 △부모의 교육 △부모와의 대화 △부모 관찰 및 모방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부모의 교육은 부모가 현명한 소비생활, 저축의 중요성, 신용카드의 올바른 사용 등을 직접 가르치는 것이다. 부모와의 대화는 평소 부모와 지출, 저축, 보험 등 재무관리에 대해 자주 얘기하는지를 말한다. 부모 관찰 및 모방은 재무관리를 할 때 부모를 롤모델로 삼는지?의미한다. 이렇듯 부모를 통해 현명한 소비방식과 저축의 중요성 등을 제대로 익히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사회초년생이 갖춰야 할 재무관리 역량의 핵심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를 통해 재무관리 역량을 완벽하게 갖추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부모 세대와 다른 경제적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초년생의 부모 세대는 급속한 경제 성장이 이뤄지던 시기에 경제활동을 했다. 은행예금 금리만 해도 1990년 중반엔 연 10%가 넘었지만, 최근엔 1%대로 떨어졌다. 아파트 가격은 어떤가. 국민은행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종합지수는 지난해 말 100을 기준으로 할 때 1986년 1월엔 22.2에 불과했다. 30년 동안 다섯 배 가까이 뛴 것이다. 한마디로, 부모 세대는 ‘뭘 사도 됐던 시대’를 살았다. 월급 받아서 고(高)이율 은행 적금으로 목돈을 만들고, 대출을 보태 아파트 사서 조금 기다리면 대출을 갚고도 두둑한 시세차익을 올리기 쉬웠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살아가는 지금은 저성장·저금리 시대다. 더 이상 부모 세대의 재테크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초년생은 부모로부터 배운 현명한 소비방식과 저축의 중요성 등의 핵심 원칙에 더해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맞는 재무관리 역량을 보완해야 한다. 재무관리 역량은 △재무관리 지식 △재무관리 태도 △재무관리 행동으로 구성된다. 재무관리 지식은 책을 읽거나 인터넷 검색을 활용해 쌓아갈 수도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신문 읽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경제신문을 통해 국내외 경제흐름을 이해하고, 금융시장 동향과 금융상품 정보, 금융제도 변화 등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종합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신문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출퇴근 시간에 읽거나, 주말에 1주일치 신문을 한눈에 훑어보는 것도 직장인에게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재무관리 태도는 자신이 알고 있는 재무관리 지식을 적용해 적절한 행동을 수행할 마음가짐이 있는지를 가리킨다. 재무관리 행동은 자신의 재무상태를 평가하고 적절한 계획을 세워 정보를 수집하고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생애재무설계 교육에서 만나는 3040 직장인들은 이런 얘기를 털어놓는다. “입사 초기부터 돈 관리 잘할걸….” “내가 재무관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잘 몰랐어요.” “그냥 부모님께만 맡기면 될 줄 알았는데….”

금융사회화는 인생의 특정 시기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 상황에 맞는 금융사회화에 관심을 기울여 재무관리 역량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보자.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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