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멕시코 방문] 기아자동차 멕시코공장 가동 지연…박 대통령, 정상회담서 '담판'

입력 2016-04-05 08:51
니에토 대통령과 회담

주정부 '인센티브 철회' 몽니
3者협의체 구성해 풀기로
FTA 협상 재개도 '물꼬'


[ 장진모 기자 ] 4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는 정상외교가 왜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수개월간 풀리지 않던 기아자동차 멕시코 현지공장 가동 차질 문제가 두 정상 간 만남을 계기로 해결 돌파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니에토 대통령은 회담에서 기아차가 누레보레온주(州)에 공장을 신설할 때 주정부가 제공하기로 한 인센티브 일부 지연 문제에 대해 멕시코 연방정부와 주정부, 기아차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기아차는 2014년 8월 누에보레온주정부와 △부지 500만㎡ 무상 제공 △5년간 법인세 면제 △발전 설비 등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제공에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하이메 로드리게스 신임 주지사가 이전 주정부가 약속한 인센티브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기아차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기아차는 4월 시험 가동을 하고 5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주정부의 느닷없는 ‘몽니’로 생산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시험 가동에 들어간 기아차 공장은 전력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있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아차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니에토 대통령에게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달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니에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성과는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점이다. 멕시코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무역흑자국임에도 불구하고 양자 및 다자 FTA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나라다. FTA가 체결되면 한국은 주력 수출품의 높은 관세가 철폐되고 투자자 보호 강화, 멕시코 조달시장(832억달러) 진출 등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요 수출품의 멕시코 관세율은 자동차 20%, 전자 15~20%, 타이어 15% 등이다.

양국이 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가기로 했지만 속도가 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국인 멕시코는 여전히 TPP 발효에 더 많은 관심과 비중을 두고 있다. TPP가 발효되면 그때 가서 한국과 양자 협상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TPP 발효를 기다릴 필요 없이 FTA 협상을 먼저 재개하자는 입장이다. 올 11월 미국 대선과 12개국의 비준 일정 등을 고려하면 TPP가 발효되는 데 최소 1~2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멕시코시티=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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