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한해 10조원어치 팔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 복제
연내 두개 더 판매허가 신청
복제약 최대 시장 유럽서 셀트리온과 투톱 경쟁
[ 조미현 기자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럽에서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 ‘플릭사비’의 판매 허가를 사실상 획득했다. 지난 1월 첫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의 유럽 판매 허가를 받은 지 3개월 만의 성과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한국 바이오 제약사가 세계 2위 의약품 시장인 유럽에서 잇따라 판매 허가를 따내면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질병의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치료하는 바이오복제약으로 최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잇따르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삼성,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승인 임박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 1일 플릭사비 판매 승인건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positive opinion)’을 내놨다. EMA CHMP의 승인 권고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판매를 승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EMA가 승인을 권고 玖?2~3개월 뒤 판매 허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사실상 판매 허가 결정이 난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플릭사비는 존슨앤드존슨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다. 지난해 단일 의약품으로 88억달러(약 10조원)어치가 팔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에선 ‘렌플렉시스’란 이름으로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도 같은 제품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유럽 11개 국가에서 시행한 임상 결과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 안전성이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플릭사비가 유럽 국가의 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되고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시다발적 R&D로 ‘속도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조치로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시밀러를 두 개 이상 세계 시장에 내놓은 유일한 바이오 제약사가 된다. 노바티스, 화이자, 암젠 등 다국적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임상시험 3상에 머물러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잇따른 성과는 동시다발적 연구개발(R&D)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2012년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들어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바이오 의약품을 동시에 개발하는 전략을 세웠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선점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R&D에 들어간 지 4년 만인 올 1월 유럽에서 베네팔리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베네팔리는 화이자가 개발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다. 이후 3개월 만에 두 번째 제품을 세계 무대에 내놓게 된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하반기에 두 건의 바이오시밀러 판매 허가를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는 임상시험 3상을 마치고 판매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129억달러(약 15조원) 규모가 판매됐다. 당뇨 치료제인 란투스(사노피) 바이오시밀러도 임상 3상을 완료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로슈·임상 3상),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로슈·임상 1상) 등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삼성-셀트리온, 바이오 ‘쌍끌이’
셀트리온에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까지 유럽에서 잇따라 성과를 내면서 한국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의약품 시장이자 바이오시밀러 1위 시장이다. 항체의약품으로는 최초로 유럽에서 허가를 받은 셀트리온은 지난해 3월부터 ‘인플렉트라’(국내명 램시마)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에서 1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은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로슈)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판매 허가를 유럽에 신청해놨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도 조만간 성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50억달러 안팎이었다. 2019년께 4배 이상으로 확대된 239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 재정을 줄이려는 각국 정부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값싼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적극 권고하는 분위기”라며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쌍끌이하는 날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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