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어제 총선 경제공약 3, 4호를 발표했다. 비정규직 임금을 4년 내에 정규직 임금의 80%로 끌어올리고, 최저임금(올해 시급 6030원)도 8000~90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3호 공약이 눈길을 끈다. 강 위원장은 과도한 임금 격차가 소득분배 악화의 주요인이라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기 위한 법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을 8000원대로 높이려면 매년 8% 이상 올려야 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지 않도록 근로장려세제를 통해 재정으로 부족한 임금을 보전해준다는 복안이다.
열악한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은 환영할 만하다. 비정규직 비중이 3분의 1에 달하고, 임금은 정규직의 55%에 불과한 실정이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도 지당한 말씀이다. 문제는 그럴 준비가 돼 있느냐다. 정규직의 강고한 특권을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 임금 인상을 법으로 강제할 경우 또 다른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19대 국회가 60세 정년을 의무화해 놓고 정작 임금피크제는 선택 사항으로 미뤄 청년 ‘고용절벽’을 만들었듯이 그나마 있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어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3호 공약은 임금 격차의 원인을 깊이 고민한 끝에 내놓은 것 같지 않다. 웬만한 대기업도 정규직 평균 연봉이 1억원 안팎이다. 이런 고연봉이 생산성에 부합하는 시장 임금으로 보긴 어렵다. 대기업 강성 노조들이 가열한 투쟁으로 초과 임금을 키워온 것이다. 소위 ‘87체제’ 이후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의 초과 임금을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메워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 구직난, 중소기업 구인난’도 그 뿌리는 같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가능하려면 먼저 정규직 특권을 줄이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이 확실히 전제돼야 한다. 이미 이것저것 다 양보한 정부의 노동개혁조차 전체 근로자의 10%도 안 되는 노동계의 기득권 투쟁에 꽉 막혀 있다.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법과 제도를 그대로 둔 채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해소를 약속하는 것은 공허하게 들린다. 임금은 새누리당이 주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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